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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세도 못 놓는다니"…청약 노리던 실수요자 곡소리

    입력 : 2021.02.17 04:07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입주 후 일정기간 전월세를 놓지 못한다. /조선DB

    [땅집고] “올해 둔촌주공아파트에 청약해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3년 내 자금 마련이 힘들 것 같아 포기해야겠어요. 당첨되면 우선 아파트를 전세 놓고 5년 후에 들어가 살려고 계획했는데….”

    이달 19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입주할 때 전월세를 놓을 수 없고 당첨자가 2~3년간 직접 거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입주 시점에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수요자라면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전역에서 새 아파트 입주 시점에 임대물량이 줄어 전세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파트 분양받으면 최소 2년 실거주해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 기간이 생긴다. 이에 따라 입주 시점에 전월세를 놓지 못하고 집주인이 무조건 일정 기간 거주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전매도 불가능하다. 원래 공공택지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실거주 의무기간이 공공택지 민간분양과 민간택지 아파트까지 확대됐다.

    [땅집고] 오는 19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 분양을 받을 경우 거주 의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주 의무기간은 2~5년이다.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적용한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지역 시세의 80% 미만인 경우 5년 ▲분양가가 시세의 80% 이상 100% 미만이라면 3년이다. 민간택지 의무 거주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분양가가 시세 대비 80% 미만이면 3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2년이다.

    만약 해당 기간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며 소유권도 잃게 된다. 만약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다가 적발되면 향후 10년간 청약 자격이 제한되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로 넘겨야 한다.

    의무 거주 기간에는 아파트를 팔 수도 없다. 다만 ▲근무·생업·학업·질병 치료를 위해 해외 체류 또는 다른 주택 건설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혼인 또는 이혼으로 배우자가 거주하는 경우 ▲주택을 특별공급받은 군인으로 인사 발령에 따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실직·파산·신용불량 등 분양대금을 납부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한 경우 예외적으로 전매를 허용한다.

    예외적으로 전매를 허용할 경우 LH가 우선 매입하고 거주 기간과 주변 시세에 비례해 매입 가격을 차등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의 80~100%이면서 3~4년 보유했다면 매입비용(분양가+은행이자)의 50%에 주변 시세의 50%를 더해서 값을 쳐주고 보유기간이 4~5년이면 시세의 100%를 준다. 민간택지에서 분양가가 시세의 80~100%인 주택을 3~4년 보유하다 되팔면 매입비용의 25%에 인근지역 시세의 75%를 합해서 준다. 지금은 LH가 전매제한 기간 내 주택을 되살 때에는 분양가에 은행이자를 더한 금액만 준다.

    [땅집고] 전매제한 예외 사유 시 매입금액. /국토교통부

    ■“현금 없으면 이제 청약도 포기해야 하나”

    정부가 거주 의무를 강화한 이유는 저렴한 분양가로 시세차익을 보는 이른바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거주 의무기간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청약자들 사이에는 ‘전월세 금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아파트 입주 시점에 세입자를 받아 보증금으로 남은 잔금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계약자 스스로 잔금을 완납해야 한다. 게다가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중도금 대출조차 막혀있다. 결국 자금력이 있는 현금 부자가 아니면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셈이다.

    ■ 전세난 향후 2~3년 더 지속될 수도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향후 새 아파트 입주와 함께 전셋집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세난이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이 직전 5년 평균(63만7386가구) 대비 30.3% 감소해 3년 뒤 입주 물량은 45만여 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이른바 ‘전월세 금지법’까지 합쳐지면 올 해 분양한 아파트가 입주하는 3년 뒤 새 아파트 전·월세 공급이 더 줄어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입임대주택을 늘리고 호텔, 상가 리모델링 등을 통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는 전세난을 해소할 수 없다”며 “실거주 의무 시행 기간을 유예시키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대출 규제를 강화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기 힘들게 만들어 놨고 양도소득세 부담을 높여 집을 팔기도 어렵게 만들었다”며 “새 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만큼 기존 주택이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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