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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명 투자자문가 "좋은 땅으로 돈 버는 시대 갔다"

    입력 : 2021.02.16 07:24

    “지금까지의 부동산 시장은 좋은 땅만 차지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독점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달과 코로나 사태로 사람과 사물, 정보와 자금이 이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면서 독점 구조가 깨져버렸죠. 앞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면 우량 입지 상품을 고르는데 그치지 않고, 수요자에게 어떤 브랜드 가치나 서비스를 제공할지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부동산 시장 변화 전망을 다룬 책 '부동산을 다시 생각한다'의 저자 드로르 폴렉. 폴렉은 이 책에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판 전체를 보고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체스 게임'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과감성 출판사

    이스라엘 출신으로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부동산 투자자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드로르 폴렉(Poleg). 두바이 홀딩,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등 굵직한 투자사를 비롯해 공기업과 유명 민간기업이 그의 고객이다. 20여년간 개발에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도 면적 기준 280만㎡, 금액은 30억달러가 넘는다.

    드로르 폴렉이 혁신 기술 발달과 코로나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변화 전망을 담은 저서 ‘부동산을 다시 생각한다’를 최근 국내에서 출간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부동산 언론인협회(NAREE)가 최고의 도서로 선정했다. 그는 땅집고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향후 20년간 사람들이 쇼핑하고, 일하고, 교류하는 방식에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건축물의 입지, 디자인, 운영방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혁신 기술이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았나.

    “당초 업계에선 부동산은 기술 발달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땅이 한정된 자원인만큼,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모노폴리 게임처럼 ‘좋은 칸(땅) 하나만 차지하면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각종 산업군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체스게임’ 형태로 변했다. 판 전체를 보고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것이다. 온라인 발달로 물리적 공간 가치가 축소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단순히 토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서비스·전략·기술 등 다양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 상품이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영향은.

    “코로나도 기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 사람들이 도심에 집중된 업무시설이나 편리한 인프라를 찾아 몰려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재택 근무와 언택트 소비가 자리잡으면서 도심 이동 여부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도시와 건물이 사람을 끌어모으려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 상품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산업별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

    “먼저 리테일은 오프라인 매장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면서 매장 면적이 확 줄었다. 그렇다고 물리적 매장이 완전히 불필요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매장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를 촉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이커머스 부문 매출을 확대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오피스는 1인당 평균 사용공간이 대폭 줄었다. 실제로 위워크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평균 사용면적은 4.6㎡, 1970년대와 비교하면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개인 업무공간은 고밀화하는 반면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나 고객을 초대할 수 있는 미팅룸 같은 공유면적은 넓어지는 추세다.

    주거용 부동산에서 임대 편의성과 유연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대형 빌딩 위주로 인수했던 대형 투자사들이 주거용 부동산도 투자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개별 주택을 대거 인수해 통합 브랜드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구축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방을 딱 하루만 빌릴 수도 있고, 1년 이상 장기로 빌릴 수도 있게 되면서 주거 부동산과 숙박 부동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같은 시장 변화에 잘 대처하는 기업들을 꼽는다면.

    “리테일 분야에서는 ‘글로시에(Glossier)’라는 이커머스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에밀리 와이스라는 뷰티 블로거가 2014년 창업했다. 2018년 미국 뉴욕 소호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 때 평범한 화장품 가게가 아닌 팝업 매장과 작은 쇼룸을 만들어 고객들이 찾아와 셀카를 찍으며 SNS(소셜미디어)에 홍보하기 좋은 공간으로 꾸몄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물건을 대량 전시하는 곳이 아닌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후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후광(後光) 효과’를 내면서 2019년 3분기에는 1억8500만달러를 투자받는 성과를 냈다.

    위워크도 주목된다. 자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으로 공간을 예약하고 비용을 결제하는 등 부동산 임대에 혁신 기술을 적절히 접목한 대표 사례다. 고객은 업무 공간 뿐 아니라 건물 내 공용 공간을 사용하고, 위워크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동종업계에 근무하는 다른 임차인과 교류도 할 수 있다. 이런 유연하고 독창적인 서비스가 수요자들이 위워크에 비싼 돈을 내게 만드는 유인책이 된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성공하려면 조금 더 개선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해야 한다. 특정 고객 집단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의 특별한 니즈를 충족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피스를 다르게 디자인하는 것만이 아니다. 위워크는 특정한 사람들과의 연결과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이건 전통적인 임대인과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리스크를 피할 수는 없다. 독창적인 것이 성공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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