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15 04:14
[땅집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재산을 정리하던 A씨. 10년 전 어머니가 형에게만 주택을 증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A씨는 형에게 “현재 집값에서 내 상속분만큼 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형은 “10년 전에 받은 집”이라며 “어머니가 나에게 주택을 넘기겠다는 유언을 남기셨으니 나눠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A씨는 어머니 재산을 일부라도 받을 수 없는 걸까.
고인에 대한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재산 분배 문제로 가족 간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생전 증여나 상속 비율에 따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특히 고인이 자식 중 한명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을 경우 갈등이 격화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 가족간 소송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통상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으로 진행된다. 유류분이란 고인의 유언과 관계 없이 특정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유보해 둔 상속재산의 일부를 말한다. 돌아가신 분이 남아 있는 가족의 생계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재산을 타인에게 전부 건네주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다.
유류분의 법정 상속은 ▲1순위 직계비속 및 배우자 ▲2순위 직계존속 및 배우자 ▲3순위 형제·자매 순이다. 상속 비율은 순위에 따라 다르다. 직계비속(자녀)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1, 직계존속(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을 각각 받는다(민법 제1112조).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재산 1억원을 자녀 두 명 중 첫째에게 모두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자녀는 이 유류분 제도에 따라 직계비속 상속지분(고인의 배우자가 없다고 가정, 형제가 2명이므로 2분의 1)의 2분의 1인 25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류분 소송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인이 살아계실 때 증여한 이른바 생전 증여재산이다. A씨 사례처럼 오래 전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만 증여한 재산이 유류분 계산에서 제외되는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유류분은 사망 당시 상속 재산뿐만 아니라 살아계실 때 물려준 사전 증여를 모두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며 “즉 유류분 반환 범위는 사망 당시 고인의 순재산과 문제된 증여 재산을 합친 것이 되며, 유류분 청구권자는 해당 재산액의 법적 유류분 비율만큼은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증여가 오래 전에 이뤄졌을 경우 물가나 가격 변동에 따라 증여받은 시점과 상속이 개시된 시점(사망 시점)의 재산 가치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이럴 때 예전 증여 재산에 대한 유류분 계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엄 변호사는 “현금으로 증여받은 재산이라면 상속개시 당시 화폐 가치로 환산하는데, 증여 시점부터 상속 개시 시점까지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산정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이라면 과거에 사전 증여받고 상속 개시 전에 처분했다고 해도,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상속 개시까지 보유한 것으로 가정한 뒤 상속개시 당시 가치와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배우자·자녀 등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 3자에게 증여한 재산이라면, ‘상속 개시 전 1년’ 동안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만 유류분 청구소송 대상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제 3자에게 증여한지 1년이 넘은 경우 증여 당사자들이 상속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면서 한 증여에 대해서만 유류분 산정 재산에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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