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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12억인데 옆집은 6억이요?"…요지경 된 전세시장

    입력 : 2021.02.15 04:05

    [땅집고]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 전세 매물은 10억원(2층)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 전세금 신고가를 갱신한 것. 하지만 이 계약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지난달 은마아파트 단지 내 동일 주택형 전세 거래는 총 13건 신고됐는데, 대부분 전세금은 4억~6억원이었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최고가인 10억원 전세 거래계약의 경우 신규 매물이고, 나머지 거래는 기존 계약을 만기가 돼서 갱신한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 대치동 주요 아파트 전세금 가격차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대치동 신축 아파트로 꼽히는 ‘래미안 대치 팰리스’ 94㎡는 지난달과 이달에 전세 계약 2건이 각각 25억원(3층, 17층)에 체결됐다. 이는 지난해 말 동일 주택형이 16억2700만원(22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8억원이 급등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널뛰고 있다. 이른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한 전세금 시세와 새로운 계약시 전세금 시세가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전세금 이중 가격’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최대 4년간 전세금을 올릴 수 없게 된 새로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은 종전보다 수억원씩 가격을 높여부른다. 학군이나 교통이 좋아 실수요자가 몰려드는 아파트 중심으로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 강남 아파트 신규-갱신 전세금 2배까지 벌어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59㎡도 이달 3일 보증금 12억원(7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 가장 높은 전세금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6억9000만원(22층)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정도 차이난다.

    [땅집고] 전세금이 급등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아파트. /네이버지도

    대형 초고가 아파트 전세금도 마찬가지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194㎡는 이달 2일 보증금 28억원(1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17일 보증금 17억8500만원(15층)에 계약됐다. 불과 보름 사이 같은 아파트를 두고 10억원 넘게 차이나는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대치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16년엔 3억~4억원대였던 은마아파트 76㎡ 전세금은 작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7억원 정도 올랐다”며 “현재 10억원대에 체결되는 신규 전세 계약금액은 향후 4년 간 인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비싸다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 서울 외곽·경기권 직주근접 단지도 전세금 ‘폭등’

    서울 금천구 독산동 초역세권 신축 단지인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84㎡ 전세는 지난달 12일 신규 계약으로 보이는 매물이 7억원(16층)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올 1~2월에 대부분 3억~4억원대에 계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 단지는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이 걸어서 5분쯤 걸린다.

    [땅집고] 서울 외곽과 경기도 아파트 전세금 가격차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성북구 길음뉴타운 ‘길음뉴타운3단지 푸르지오’ 84㎡ 주택형은 신규 계약으로 추정되는 전세 매물이 지난 1월 9일 6억원(5층)에 거래됐다. 올해 총 3건 거래됐는데 나머지 2건은 각각 3억1500만원(13층), 3억99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반값 수준이다. 이 단지 역시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걸어서 15분정도 걸리며, 시청·광화문 등지로 30여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도 일대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하남시 망월동 지하철5호선 미사역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인 ‘미사강변 푸르지오’ 84㎡는 지난 9일 직전거래 4억3050만원(2층)보다 3억원 비싼 7억5000만원(11층)에 전세금이 실거래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학군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세금은 떨어지지 않고 있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수도권 역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 “봄 이사철도 전세 구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올 봄 이사철 전세 품귀 현상이 더 심화하면서 신규 계약한 전세금과 기존 전세금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6·17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를 사는 경우 입주지정일 6개월 안에 이사해야 한다. 1가구1주택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도 2년간 실거주 요건이 붙는 등 거주요건이 강화됐다. 최근 신축 단지에 전세 매물이 줄어든 원인이다.

    [땅집고] 지난해 경기도 김포시의 한 주택에 전세 매물이 나오자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선 수요자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규제지역은 양도세 감면을 위한 2년 실거주 요건,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으로 전세 물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며 “정부가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를 올리고, 부동산중개보수 비용도 더 증가할 전망이어서 여러모로 세입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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