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09 04:09
[땅집고]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전세 살던 결혼 3년차 A(38)씨 부부. 최근 노원구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이른바 ‘몸테크(실거주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을 기다리는 것)’를 하기로 결정했다. 전세와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자칫하면 서울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전세금에 대출, 부모님 지원까지 더해 소위 ‘영끌’을 마음먹은 것.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가 젊은층 중심으로 이른바 ‘몸테크 족’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대규모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데 점점 강화하는 재건축 규제를 고려하면 지금이 투자하기 적당한 타이밍이라는 것. 여기에 가격이 저렴한 데다 아파트 품질과 주거 환경이 크게 나쁘지 않은 것도 매력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낮았던 노원·도봉구의 최근 집값 급등에는 ‘몸테크 족’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몸테크 성지’ 떠오른 노원·도봉구
서울 노원·도봉구 일대에는 1980년대에 지은 아파트가 많다. 대부분 재건축 조합설립 이전 추진위원회 단계다. 노원구는 상계동 주공아파트 16개 단지와 하계동 일대 아파트가, 도봉구에서는 방학동 신동아1단지와 창동 삼환도봉아파트가 각각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정부 규제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이후 아파트를 매입하면 조합원 지위를 이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투자의 마지막 타이밍인 셈이다. 조합원 분양을 받기 위한 조건인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도시환경정비법 개정 이전에 매입한다면 실거주 규제도 피할 수 있다.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는 재건축 대상 치고는 주거 환경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단지 규모가 최소 500가구에서 최대 2500여 가구에 달할 정도로 크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비하면 주택 관리도 상대적으로 잘 된 편이다. 노원구 중계동 중심으로 학원가와 상가가 밀집해 교육과 생활 여건도 잘 갖추고 있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대로를 따라 이어져 있어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교통편도 이용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는 재건축 투자와 실거주를 겸하는 ‘몸테크 족’에게는 최적의 투자처로 꼽힌다. 노원구와 도봉구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신고가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상계주공 3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9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2019년 말에 비해 2억4000만원이 올랐다.
서울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싼 곳으로 꼽히는 도봉구 역시 지난달 창동 주공19단지(창동리버타운) 전용 84㎡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아직까지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전세금과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꾸준하다”고 했다.
■공공시행 가능성 높은 미니 단지는 ‘조심’
일각에서는 2·4부동산 대책에서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이 지역 투자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책 발표일 이후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 향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새 아파트 입주권 대신 현금으로 청산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 상당수가 공공 직접시행보다 민간 자체 재건축을 원하고 있어 참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4 대책으로 투자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미 조합설립 직전 단계인 아파트들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다만 소규모 단지는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송 대표는 “1동짜리 소규모 단지의 경우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공공 직접시행의 메리트가 있다”면서 “이 경우 대책 발표일 이후 매입자는 현금 청산된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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