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08 05:06
[땅집고] 정부가 호텔·오피스를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하거나 신축 다세대·오피스 건물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약정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 자금 지원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금 조달 문제로 지지부진한 매입약정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이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사업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4대책에서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그 중 단기주택 확충으로 약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서울 4만3000가구, 인천·경기 3만5000가구, 광역시 2만3000가구다. 공실 호텔·오피스와 같은 비 주거용 건물을 기숙사 등 청년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매입 약정으로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을 사서 공공전세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두 방안은 모두 이미 LH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다. 이번 대책에서는 사업 활성화를 위한 자금지원책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비주거용 건물 리모델링에는 공사비 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고 매입 리츠를 만들어 매입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사비 기금지원은 기존 가구당 5000만원, 연 2.2% 금리였던 기존 조건을 가구당 7000만원, 연 1% 금리로 완화한다. 여기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해야 했던 규정도 층별로 가능하게 바꾼다. 공실로 비는 객실만 골라서 리모델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입약정사업은 민간사업자가 LH에 주택을 팔기로 하고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자기자본으로 전체 사업비의 60~70%를 확보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도심주택 특약보증’을 만들어 사업비를 60%까지 보증해 주기로 했다. 중형주택(60~85㎡)은 80%까지 보증을 해준다. HUG 보증을 통해 사업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조달 지원책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없어진 사업자들이 마구잡이 개발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은 이미 공급이 너무 많다. 문제는 이런 소형 주택은 아파트와 다르게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라며 “이미 공기업에서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을 떠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자금 조달까지 지원하는 것은 공기업 재정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소형 주택 사업이 공급 안정보다 공기업에 부담 떠넘기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1동짜리 오피스텔은 매매가격이나 전세금이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자산 가치가 없다. 이 때문에 매입약정 사업이 이미 무리하게 1동짜리 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는 땅주인과 소형 건설사의 미분양 출구로 여겨지는 상태”라면서 “여기에 HUG 보증으로 자금조달까지 도와준다면 자금력 없는 사업자들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LH는 매입약정사업에 대해 이미 시행 중인 아파트 임대 외에 소규모 주택 임대물량 확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택지 매입이 쉽지 않은 도심 특성에 맞춰 물량을 쉽게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라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미 지어진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을 사들이는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입지 선정부터 각종 절차에 LH가 관여하는 ‘매입약정’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LH 입장에서 도심 내 택지를 사들여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와 손잡고 주택을 지어 싼 가격에 임대를 공급하고자 하는 것일 뿐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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