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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바뀌자 기다린 듯 "점포 뺄래요"…들어줘야 할까

    입력 : 2021.02.05 04:41

    [최광석의 법률톡톡] 건물주 변경 이유로 계약 중도 해지 요구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 건물주 바뀌었죠? 상가 임대차계약 해지해주세요.”

    1년 넘게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장기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이때 상가 세입자들에게 또 다른 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5년 이상 장기 임대차계약이다. 한 점포에서 안정적으로 영업하기 위해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어둔 탓에 장사가 안 돼도 가게를 쉽사리 정리할 수가 없는 것. 임대인 입장에선 해당 임차인이 나가면 몇 년 전 임대료 수준으로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좀처럼 들어주지 않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건물주 변경’을 이유로 들며 세입자들이 임대차계약 중도해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임대차 건물의 소유권이 변동될 경우 세입자들이 새 건물주로부터 명도나 차임인상 요청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임대차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

    [이렇게 해결하세요]

    먼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항력 없는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바뀌었을 때 임대차계약 해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대법원 98마100). 문제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경우다. 대항력을 갖춘 상가 임대차계약이라면 임대인의 지위가 양수인(새 건물주)에게 자동승계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상가 임차인은 상가 건물의 인도 및 사업자등록신청 절차만 거치면 대항력을 취득하며, 효력은 그 다음날부터 발생한다. 이에 임차인은 새 건물주에게 기존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며 점포를 계속 점유·사용할 수 있으며, 계약 종료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기존 건물주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는 자동으로 소멸한다.

    그런데 대항력 있는 임대차관계라고 해도 임차인들이 건물주 변동에 따른 계약 자동승계에 대해 이의제기 할 수 있는 예외가 있다. 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만큼,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해당 건물의 양도 사실을 안 날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할 시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다만 그동안 이 ‘일정 기간’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거래시장의 안정을 위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상태에 국한해야 한다는 견해와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계약 종료한 상태뿐 아니라 계약 기간 도중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했던 것.

    그동안 실무에선 전자의 논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듯한 판결이 선고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대법원 2016다265689). 이 판결에서 법원은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권자라도 스스로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않을 경우라면, 자동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임대차기간이 만료하기 전에 임대인과 합의해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양수인은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극심한 영업부진으로 임대차계약 중도 해지를 원하는 임차인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해당 판결은 상가 세입자들에게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임대차계약 해지가 무조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건물 양수도에 따른 당연승계 원칙에 대한 임차인의 이의제기는 엄연한 ‘예외’인데, 이를 너무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증금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고 정산하는 현재의 거래 관행하에서 소유권이전등기 이후 발생하는 임차인의 이의제기를 인정한다면 대금 정산과 관련한 문제가 벌어질 우려도 있다. 더군다나 소유권 변동을 통해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법적 효과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이의제기로 이런 승계효과를 없었던 것으로 번복하고 기존 건물주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즉 종합하면 최근 판결을 가지고 임차인들이 ‘건물주가 바뀐 상황이라면 무조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는 상가 점포뿐 아니라 주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법리다. 건물을 매수할 계획을 가진 투자자라면 건물 내 점포에 입점한 기존 세입자들이 임대차계약을 계속 이어갈지 사전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해야 혹시 모를 분쟁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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