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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까지 불똥…강남 4000억원대 빌딩 분쟁 점입가경

    입력 : 2021.02.02 03:50

    [땅집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한상혁 기자

    [땅집고] 서울 강남의 시세 4000억원대 빌딩인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금융권으로 번질 조짐이다. 지난 22일 이 빌딩 시행사였던 시선알디아이(RDI)가 당시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과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재심의 변론 기일이 열렸다.

    시선RDI는 바로세움 3차 소유권 상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시공사(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를 불법으로 받아준 혐의(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하나은행을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바로세움3차는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2011년 1월 완공한 지상 15층 건물로 지금은 ‘에이프로스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선RDI는 이 건물 소유권을 놓고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등과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다툼 끝에 패소했다. 하지만 시선RDI가 최근 재심을 청구한 데 따른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22일에는 재심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시선RDI측은 “채권금융기관이던 하나은행이 시행사 동의 없이 시공사의 불법 대위변제를 받아들인 후 사문서 위조를 통해 건물의 우선수익권 지위를 박탈했다”면서 “이를 근거로 신탁회사가 건물을 공매로 넘겨 소유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시선RDI 측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200억원을 갚지 못해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대위변제한 것이 소유권을 뺏긴 결정적 이유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선RDI측은 ABCP 상환 요구에 대비해 미리 하나은행과 별도 대출 약정을 맺었고 정상적으로 대출이 실행됐기 때문에 시공사의 대위변제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시선RDI 측은 2008년 1월 당시 특수목적법인인 시선바로세움을 통해 바로세움3차 빌딩의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ABCP 1200억원을 발행했다. 이와함께 하나은행을 주관사로 신용공여(대출) 약정을 맺었는데, ABCP를 만기까지 갚지 못할 경우 하나은행이 1000억원을 대출해주고 이 돈으로 상환하는 약정이다. 수수료와 자문료 등으로 하나은행에 11억원도 납부했다.
    [땅집고] 시선바로세움의 대출과 대위변제 과정./이지은 기자
    2011년 1월 건물이 준공됐지만 미분양이 나면서 시선바로세움은 ABCP를 갚을 수 없게 됐다. ABCP만기일인 2011년 5월 30일이 되자 대출 약정에 따라 하나은행(500억원)과 우리은행(500억원)으로부터 총 1000억원 대출이 실행됐다. 시선바로세움은 이 1000억원과 다른 방식으로 마련한 200억원으로 ABCP를 전액 상환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011년 5월31일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시선 RDI의 부채를 대신 갚겠다며 1000억원을 시선바로세움 계좌로 입금했고, 하나은행은 이 돈으로 시선바로세움에 대출한 1000억원을 하루 만에 회수했다고 시선 RDI측은 주장한다.

    [땅집고] 2008년 1월 시선바로세움과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이 체결한 유동화 기업어음 매입 및 신용공여 약정서. 유동화 기업어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시선RDI 제공

    시선RDI측은 하나은행이 ABCP 상환을 위한 대출이 이미 실행된 상태에서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를 받아들인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미 하나은행과 약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상환했는데, 두산중공업이 대위변제를 할 이유도 없고 하나은행이 받아줘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선바로세움이 받은 하나은행 대출에는 만기가 없고 1개월씩 연장하며 조기 상환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하나은행은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에 ‘대위변제 확인서’와 함께 시행사가 조기 상환 책임이 있다는 ‘기한이익 상실 통지서’를 보냈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시선바로세움에 상환과 관련한 통보도 없이 법인인감도장을 무단으로 날인해 대위변제 확인서를 작성한 것이 사문서 위조라고 주장한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를 근거로 시선바로세움의 우선수익권자 지위를 박탈했고, 이후 건물을 공매로 넘겨 소유권까지 박탈했다.

    하나은행 측은 김 대표가 보낸 질의 응답서에서 “하나은행은 신용공여 약정을 통해 시선바로세움의 어음을 막아준 것이지 시선RDI의 채무를 갚은 것이 아니며, 시선RDI가 채무를 2011년5월30일까지 상환하지 못했던만큼 두산중공업이 이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시선RDI의 채무가 ABCP상환을 위한 채무였고, 대출 약정에 따라 대출한 1000억원으로 ABCP를 이미 상환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 측은 사문서 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시선바로세움과 업무위탁계약 및 자산관리계약에 따라 이 사업유동화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땅집고에 “이미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일로 현재 추가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시선RDI는 대위변제를 시작으로 빌딩 소유권을 박탈당한 것에 대해 관련 업체를 상대로 재심을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가 불법이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빌딩 매각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 청구’ 소송, 한국자산신탁이 빌딩을 처분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신탁재산처분금지’ 소송 등 2건이다. 두 소송 모두 시선 RDI가 한차례 패소했으나, 현재 재심의 변론 기일이 진행 중인 상태다.

    시선RDI는 2014년 하나은행을 상대로도 불법 대위변제와 사문서 위조에 대해 고소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김 대표가 재항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김 대표는 “첫 재판 당시에는 하나은행과 대출 약정에 따라 1000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는 점 자체를 몰랐다”면서 “정상적인 대출이 실행된 상태였고 두산중공업이 대위변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에 재판부가 재심을 받아들였고, 같은 이유로 검찰 판단도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이 이 사건에 대한 시선RDI측이 제기한 민원을 조사하면서 담당 조사역을 잇따라 하나은행 출신 전문역에게 맡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16년과 지난해 12월 하나은행 문제를 조사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2016년에는 하나은행 출신 최모 전문역, 지난해에는 외환은행 출신 한모 전문역이 민원을 각각 담당했다. 외환은행은 2015년 9월 통합해 KEB 하나은행으로 출범했다. 당시 한모 전문역은 “민원처리사무규정상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분쟁 건은 민원 처리를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재심 결과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가 불법이었다고 확인될 경우, 대위변제를 받아준 하나은행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자산신탁과의 ‘신탁재산 처분금지 소송’은 지난 22일 첫 변론 기일이 열렸고, 다음 변론 기일은 오는 3월 19일이다.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한 첫 변론 기일은 3월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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