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01 04:18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5·6·7단지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잇따라 조합설립 절차를 완료했다. 3개 단지는 개포지구에서 저층(5층)이 아닌 중층(15층 이하) 단지로는 처음 재건축 본궤도에 올랐다. 개포주공 9개 단지 중 공무원 임대주택인 9단지를 제외한 마지막 재건축 단지이기도 하다. 개포지구 재건축이 완료되면 강남·서초 일대 한강변 단지들과 강남권 최고가 단지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개포 5·6·7 단지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전 조합 설립을 마쳐 현재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도 모두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투자자 관심이 크다. 분당선 개포동역과 대모산입구역 역세권으로 개포지구에서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다. 하지만 저층 단지보다 용적률 증가 폭이 작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사업성이 다소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2만 가구 신흥 부촌 변신 기대
개포지구에는 1981년 현대건설이 지은 개포 주공 아파트(1~9단지)와 함께 개포 시영, 일원 대우 아파트 등이 자리했다. 개포지구는 2000년대 초반 재건축 30년 연한을 채우자 재건축 사업에 돌입했고, 2019년부터 하나둘씩 입주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1~4단지와 8단지가 분양을 마쳤고, 이 가운데 2단지와 3단지는 2019년 입주했다. 막차를 탄 5~7단지 사업만 끝나면 개포주공 일대는 2만 가구 규모 신흥 부촌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개포 5·6·7단지는 15층 이하 중층 단지로 사업 진행이 다소 느렸다. 5단지는 지난해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기존 최고 14층 6개 동, 940가구에서 재건축으로 지상 35층, 1336가구(임대 158가구 포함)로 변모한다.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는 6·7단지는 지난 22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기존 15층 17개동 1960가구에서 2994 가구(임대386가구 포함) 단지로 바뀐다.
중층 단지는 재건축을 통한 용적률 증가 폭이 작아 일반분양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저층이었던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용적률 68%에서 재건축 사업을 통해 249%까지 끌어올렸다. 개포 5·6·7단지는 현재 용적률이 평균 140~150%다.
하지만 5·6·7단지 조합은 저층 단지보다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저층 단지는 소형(전용 35~61㎡)이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중층 단지는 전용 53·61·74·83㎡로 중형이 많고, 그만큼 조합원 수도 적다.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경우 5040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6702가구(임대 393가구)로 늘어나 일반분양은 1235가구였다. 중층인 6·7단지는 1960가구가 2994가구(임대 386가구)로 바뀌면서 일반분양 648가구가 확보될 것이란 예측이다. 기존 가구수 대비 일반분양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5·6·7단지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는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개포주공 6단지의 경우 현재 53㎡ 보유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84㎡ 입주권을 받는 경우 추가 분담금을 약 2억2500만원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으로 조합원당 4억원 정도 부담금이 나올 전망이다. 53㎡ 최근 실거래 가격은 23억4500만원이다.
결과적으로 조합 설립 직전 53㎡를 매입해 33평 아파트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29억원 정도 투자해야 한다. 현재 개포동 신축 아파트 시세가 2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단계에서는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재건축 입주까지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대치동보다 2억 낮아…“재건축 끝나면 더 오를 것”
개포 주공 단지 중 재건축 사업이 완료된 곳은 ▲2단지 ‘래미안 블레스티지(2019년 1월 입주)’ ▲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2019년 8월 입주)’ ▲개포 시영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2020년 9월 입주)’ 등이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8단지 ‘개포 디에이치 자이(2021년 7월 입주예정)’ ▲4단지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2023년 2월 입주예정)’ ▲1단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2024년 1월 입주예정)’ 등이 차례로 입주한다.
개포 주공에서는 5~7단지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다. 개포지구는 지하철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중층 단지는 모두 수인분당선 개포동역과 대모산입구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다. 수인분당선을 타고 3개역만 이동하면 대치동 학원가(한티역)다. 양재천 조망권이 있고, 대모산·달터근린공원 등 녹지공간도 풍부하다. 개포지구에서 가장 최근 입주한 ‘디에이치 아너힐즈’ 84㎡는 지난해 10월 28억9000만원에 거래돼 개포지구에서 가장 비쌌다. 약 1㎞ 떨어진 대치동 신축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작년 6월 31억원에 팔려 개포지구와 2억여 원 차이난다.
전문가들은 개포주공 5~7단지 재건축이 완료되면 개포동 전체 이름값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서초구 한강변과 비교하면 개포동은 강남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고, 주거지로서 조용하고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개포동은 강남에서 학원가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대치동에는 새 아파트가 없기 때문에 개포지구 재건축이 완료되면 한동안 개포동 시세가 대치동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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