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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0% 넘게 폭등한 지역 아파트 거래 분석해보니

    입력 : 2021.01.28 13:16 | 수정 : 2021.01.28 14:50

    [땅집고] 외지인들이 집값 급등을 부추기면 지역민들이 추격매수에 나서는 현상이 통계로 포착됐다./조선DB

    [땅집고]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대부분 지역에서 외지인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지인들이 규제를 피해 몰려와 아파트를 사들이면 이에 자극받은 지역주민들이 매수 행렬에 뛰어들면서 집값이 연중 고공행진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 계룡시 거래 중 외지인 비율 절반 이상… '패닉바잉' 초래

    28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10% 이상 상승한 곳은 모두 17곳으로, 이 가운데 15곳의 외지인 거래 비중이 전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계룡시는 지난해 아파트 거래 총 1106건 중 절반이 넘는 50.9%가 외지인 매입 거래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전년(37.6%)과 비교하면 13.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분석 대상 17개 시(市) 가운데 오름폭이 가장 컸다. 계룡시는 지난해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연말까지도 정부의 규제를 모두 비껴가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1.5배 늘고, 아파트값은 11.24% 상승했다.

    경기 안산시 역시 지난해 아파트 거래 1만1727건 중 53.5%를 외지인이 사들인 거래로 나타나 전년(42.2%)보다 11.3%포인트 증가했다. 안산시는 작년 6·17대책에서 단원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기 직전까지 집값이 크게 올라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값 상승률이 13.45%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기 전까지 풍선효과가 뚜렷했던 경기 김포시도 지난해 외지인 거래 비중이 58.2%(1만5492건 중 921건)로, 전년(47.0%) 대비 11.2%포인트 올라갔다.

    이 밖에 경기 안양시가 전년 45.5%에서 지난해 54.5%로 상승한 것을 비롯해 ▲경기 구리시(46.3%→54.4%) ▲경기 군포시(44.4%→52.4%) ▲경기 광명시(47.2%→53.0%) ▲경남 창원시(43.2%→48.5%) ▲경기 고양시(54.4%→59.4%) 등의 외지인 거래 비중이 전년보다 5%포인트 넘게 올랐다.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4.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세종시는 전년 47.0%에서 작년 45.4%로 이 비율이 1.6%포인트 낮아져, 하남시(66.7%→56.5%)와 함께 외지인 거래 비중이 줄어든 지역으로 꼽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부분의 집값 과열 현상은 외지인의 투기적 수요와 맞물려 있다"며 "지난해 수도권·지방의 과열은 외지인이 발동을 걸고 실수요자인 현지 주민이 '패닉바잉'(공황 구매)으로 가세하면서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외지인들이 집값 상승 부추기면, 지역민은 추격매수에 나서는 ‘악순환’

    실제로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아진 시점과 집값이 급등한 시점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지역 중 외지인 거래 비율이 가장 높아진 계룡시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1∼5월 0.51% 아래로 유지되다가 ▲6월 1.33% ▲7월 3.81% ▲8월 2.29%로 3개월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계룡시 아파트 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아파트값 상승률과 같은 흐름을 보였다. 외지인 매입비율은 지난해 5월 47.2%에서 6월에 61.5%로 크게 올라가 작년 한해 중 최고를 기록했고, 7월과 8월도 각각 51.3%, 55.0%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규제가 가해지기 직전에 외지인들 몰려와 아파트를 매입하는 모습도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20.93% 오른 수원의 경우 6·17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기 직전인 작년 5월, 외지인 매입 비중이 67.0%로 지난해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이 비중은 ▲6월 60.2% ▲7월 52.7% ▲8월 44.5% 등으로 내려가 11월에는 39.6%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수원 아파트값은 작년 1분기 이후 전정세를 보이다가 5월에 외지인 거래가 크게 증가한 뒤 6월 1.17%, 7월 1.25%로 상승률이 다시 올라갔다. 이후에는 외지인 매입비율이 내려감에 따라 집값은 8월 0.64%, 9월 0.53% 등 1% 이하로 떨어지며 상승세가 꺾였다.

    김포는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김포 아파트 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8.2%인데, 서울 거주자 비율이 전체의 27.6%를 차지한다. 지난해 김포에서 팔린 아파트 4채 중 1채는 서울 사람이 매입한 셈이다. 김포시 장기동 A 공인 대표는 "작년 여름까지는 김포에 갭투자가 몰렸고,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후에는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며 서울에서 집을 사서 이사 오려는 실수요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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