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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임대료 5% 넘게 올릴 수 있나요?" 전월세 시장 혼란

    입력 : 2021.01.23 04:45

    [땅집고] 지난해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임대차 3법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 현장.당시 집회에서는 임대인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법 집행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조선DB

    [땅집고] 주택임대사업자가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전 임대료보다 5% 이상 올릴 수 있다는 법원의 조정이 나오면서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정부가 지난해 새 임대차3법을 시행하며 법 개정 이전에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 인상 상한선 5%를 무조건 적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5%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2019년 10월 23일 이전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최초 재계약에만 적용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해당하는 임대사업자와 임차인만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3년간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와 빌라, 다가구주택을 불문하고 전세금이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 당분간 재계약을 둘러싼 갈등과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대한주택임대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9일 기존 전세보증금 5억원에 3억원을 더한 8억원을 전세보증금으로 새로 정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주택임대사업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2018년 12월 세입자 B씨와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이듬해 1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전세 만기를 맞아 재계약을 원하는 세입자에게 보증금 3억원(60%) 인상을 요구했지만 세입자는 ‘5% 인상’을 주장하며, 2500만원만 올릴 수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정을 통해 A씨가 보증금 3억원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사실상 A씨 손을 들어준 근거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이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0월 23일 이전에 등록 임대사업자로 신고했고, ▲등록 당시 존재하고 있던 임대차계약이 있으면 그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갱신)시 최초로 적용하는 임대료는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 "기존의 모든 임대차 계약에도 '5%룰'이 소급해 적용된다"고 주장했던 국토부는 기존 해석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당황한 모습이다./국토교통부

    ■ “조정은 사법적 판단 아냐” vs “확정판결과 마찬가지”

    정부의 기존 유권해석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오며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해명에 나섰다. 국토부는 “법원의 조정은 사법적 판단이 명시된 판결이 아닌 당사자간 합의에 따른 것으로, 내용적으로도 기존 유권해석과 배치되지 않는다”며 “법원이 정부의 유권해석을 뒤집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정식 판결이 아닌 조정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5% 룰’이 깨졌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계약에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인상 상한 5%룰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등록 임대사업자든, 일반 임대인이든 모두 새 임대차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A씨 역시 5%룰을 적용받아야 하는 것이다.

    [땅집고] A씨 사례에서 정부와 배치되는 해석을 내놓은 서울남부지방법원./조선DB

    이 같은 국토부 해명에 대해 A씨를 대리한 김성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지산)는 “판결과 형식은 다르지만 조정에 이르면 재판상의 화해, 즉 확정판결 효력이 생기므로 판결과 동일하게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임대료 인상 상한 5%가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이 양 당사자가 합의한다면 5% 초과 증액시에도 무효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라며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했다면 조정 과정에서부터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 임대인은 최소한 4년마다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대폭 올릴 수도 있지만, 등록임대사업자는 8년간 의무임대하는 기간 중 사실상 임대료를 거의 올릴 수가 없다”면서 “법원에서도 이 부분에서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고, 임차인도 이번에 증액된 전세금으로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잇점이 있기 때문에 A씨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시내 일대 빌라 밀집 지역./조선DB

    ■ “2019년 10월 23일 이전 등록 임대사업자에게만 적용”

    다만 이번 조정은 모든 임대사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 2019년 10월23일 이전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올해 10월 22일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계약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 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최근 서울·수도권의 경우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다가구주택 등 주택 유형을 불문하고 전셋값이 치솟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향후 최장 10년간 임대료를 사실상 못 올린다는 점에서 그동안 오른 전세금을 감안해 한번에 반영할 가능성도 있어 세입자와 갈등이 생길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조정 결과는 2019년 10월 23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사업자에게만 해당하는 사안인 만큼 자칫 전월세 인상 5%룰을 어기고 재계약하거나 렌트홈에 임대등록을 할 경우 과태료 등을 물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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