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1.14 07:21
[땅집고] 최근 국토교통부가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올해 전국 주택 분양 예정 물량이 지난해 실적보다 20만 가구쯤 늘어난 51만 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해 ‘분양 계획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 건설사업자 협회 등을 통해 자료를 받았다는 국토부 주장에 대해 일부 협회는 “세부 분양 자료를 제출한 적도 없고, 아직 자료 취합이 끝나지도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토부가 설익은 자료를 활용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경우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곧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 대책마저 시장에서 믿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토부가 설익은 자료를 활용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경우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곧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 대책마저 시장에서 믿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영상으로 진행된 주택공급 관련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올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이 총 34만6000가구이며, 공공분양과 사전청약까지 포함하면 전국에서 최대 51만3000가구가 분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분양 실적과 비교하면 약 20만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국토부는 국내 양대 주택사업자 단체인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회원사 대상으로 받은 분양계획 자료를 취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주택협회가 24만9000가구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21만 가구를 각각 공급할 계획이며, 중복 단지를 제외하면 총 34만6000가구라고 했다. 한국주택협회는 대형 건설사 위주 60여개,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중소형 건설사 8500여개로 이뤄진 협회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일부 민간 협회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8500개 회원사 대상으로 분양 물량을 취합하는 단계이며 취합은 70% 정도 완성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에 회원사별 세부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고, 영상 간담회에서 현재 추세를 감안해 대략 21만 가구 정도 될 것 같다는 내용을 구두로 설명했다”고 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국토부에 제출한 세부 내역 자료가 있기는 한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회원사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는 세부 자료 공개 요구에 대해 명확한 이유도 없이 “공개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상 간담회에서는 두 협회가 분양 예상 물량에 대한 서면 자료 없이 (구두로) 설명했지만, 국토부가 따로 분양 물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면서도 “세부 목록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국회의원 자료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부동산 특위에서 논의하기 위해 국토부에 올해 공급 물량 세부 내역에 대한 원자료(Raw Data)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 같은데, 국회의원에게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하는 연간 분양 계획 물량은 실제 분양(승인) 실적과 항상 큰 차이로 어긋났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토부는 2017년 2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018년 서울 분양 물량이 5만6000가구로 지난 5년 평균보다 37% 증가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8년 실제 분양 실적은 2만2176가구에 그쳤다. 연초 전망치의 절반도 안됐다. 2019년에는 따로 서울 아파트 분양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민간 기관에서 7만2873가구로 예상했다. 2019년 역시 분양 실적은 3만250가구에 불과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부는 작년 초 ‘서울의 주택 공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란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서울에 5만호 이상의 공동주택 분양이 예상되어 2018년 저조했던 분양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작년 분양 실적은 3만2000여 가구에 그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분양 시장이 활황을 보였다는 점에서 국토부 발표대로 공급 계획이 크게 늘어났을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한 분양 계획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신뢰하기 어렵다”며 “국민들 최대 관심사인 올해 분양 계획조차 꼼꼼한 검토가 없었다면, 향후 발표될 변창흠 장관의 공급 대책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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