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1.10 03:42
[땅집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5공구 환기구 부지에서 유적이 나와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 중인 각종 개발 사업에서 이른바 ‘유적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GTX A노선 광화문역사 신설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고학계 관계자 A씨는 8일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부지인 세종대로 지하는 조선시대 육조(六曹)와 의정부(議政府)가 있던 ‘육조거리’로 지칭되는 도로”라며 “해당 부지는 지하를 파면 필연적으로 유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서 건물 시공을 총괄했던 대형 건설사 전직 임원은 “유적이 발견되면 조사 기간이 필요해 최소 6개월 이상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고 비용도 증가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쪽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지하에 화랑과 도서관, 카페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행통로는 대부분 완성했고 지하 공간 조성도 곧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광화문광장 서쪽 지하를 파면 육조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 A씨는 “조선시대 고지도를 살펴보면,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지는 예조(禮曹)와 중추부(中樞府), 사헌부(司憲府), 병조(兵曹) 등이 있던 자리”라며 “단순 도로 흔적과 단층에 불과했던 주작대로(육조거리)와 다르게 조선시대 핵심 관청인 육조의 건물터는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했다.
실제 광화문광장~서울시청 일대에는 조선시대 유적이 폭넓게 분포해 지하를 파는 사업의 경우 유적 발굴로 공사가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2008년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 당시에는 육조거리 단층을 포함해 조선전기에서 구한말까지 유적이 발견돼 육조거리 영역을 표시하는 표지석을 설치했다.
세종대로 동쪽 종로구 종로1길45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부지도 2013년부터 의정부터(議政府址)에 대한 유적조사가 시작돼 현재까지 발굴과 문화재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주요 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가 확인된 상태다. 의정부지는 지난해 9월에 사적 제558호로 지정됐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 당시에는 조선시대 병기를 보관하던 군기시(軍器寺) 유적이 발견돼 보존 절차를 거쳐 서울시청 지하에 전시장을 마련했다.
서울시가 GTX A노선 신설역으로 추진하는 GTX 광화문역 역시 사업 부지에서 유적 발견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연신내역과 서울역 사이에 광화문역을 추가하기 위해 지방행정연구원에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GTX 광화문역 예정지로는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사이가 지목된다. 해당 부지는 조선시대 서울에 있었던 종6품 관청 사부학당(四部學堂)의 하나인 서부학당(西部學堂)이 있던 곳과 멀지 않아 유적 발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광화문 일대 각종 개발에 앞서 유적 발굴을 염두에 두고 사업 기간이나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GTX역 신설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광화문역이 추가되면 그 비용을 서울시나 종로·중구가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적이 발견되면 관련 조사와 발굴 비용을 건설주체인 사업자가 감당해야 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경우 당연히 서울시가 이를 부담해야 하고, 광화문역 신설 사업도 관련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사업자와 서울시 간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환기구 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유적이 발굴돼 공사가 중단된 GTX-A의 경우, 이미 착공해 설계 변경이 필요하고 공사 기간이 200일 이상 지연될 수도 있다. 유적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공기 지연에 따른 사업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올해부터 세금 폭탄. 전국 모든 아파트 5년치 보유세 공개. ☞땅집고 앱에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