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23 04:09
[땅집고]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종잣돈 모으기가 힘드시죠, 그렇다고 엉뚱한 곳에 집을 사면 큰일납니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뿐 아닌 수도권 거점지역, 외곽지역 집값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수년간 종잣돈을 모아 서울 핵심지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 아직도 가능한 이야기일까.
송희창 행크에듀(46) 대표는 “정부 규제 여파로 점점 더 돈 없는 서민들이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기 어려워진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도권 주요지역을 벗어난 곳에 함부로 투자해선 안 된다”며 “비교적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 아직 서울 내에 많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필명 ‘송사무장’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그동안 출간한 부동산 관련 저서만 23권에 달한다. ‘송사무장의 부동산 경매의 기술’ ‘송사무장의 실전경매’ ‘송사무장의 부동산 공매의 기술’ 등은 직접 집필한 책으로 모두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도 밑바닥에서부터 종잣돈을 모아 상가를 비롯해 15개가 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 고수’다. 올해는 그가 그동안 종잣돈을 모아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노하우를 담은 저서 ‘엑시트(지혜로)’를 출간했다. 그를 만나 평범한 직장인들이 월급을 모아 부자가 될 수 있는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 종잣돈 모으려 주식?…“저렴한 오피스텔 공략하라”
송 대표는 최근 젊은이들이 무분별하게 주식 투자에 나서거나 실제 거주하지도 않을 노후 빌라, 지방 외곽지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종잣돈을 모을 때 중요한 것은 돈을 지키는 것”이라며 “주식은 어렵게 모은 돈 전부가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높아 실물 자산이라도 남는 부동산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했다.
그는 재개발구역의 허름한 빌라를 살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송 대표는 “재개발은 사업성과 투자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관리처분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사업지가 안전한데, 추진위원회조차 설립되지 않은 사업지는 아무리 저렴해도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월급을 제외하고 현금흐름을 잡는 법, 즉 돈이 돈을 벌도록 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아파트에만 국한하지 말고, 입지가 우수한 수도권 중심지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며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아직도 5000만원~1억원 정도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에도 일부 규제가 있지만, 아파트보다 덜한 편이다.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어서 규제지역에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70%까지 인정된다. 오피스텔만 소유한 경우 아파트 청약 자격 조건 중 무주택 기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지식산업센터를 최초로 분양받고 2022년까지 입주한 기업 중 취득세 50%, 재산세 37.5%가 감면된다.
■ “공매는 경매보다 15% 더 저렴해”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수요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이 바로 아파트 경매다.
송 대표는 “그동안 경매 시장은 다주택 투자자들이 주도했지만, 내년 6월 정도를 기점으로 대부분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규제가 워낙 강력해 다주택자나 법인 투자자는 증여 등을 활용해 주택을 처분하고, 더 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결국 매물은 늘어나는 반면 입찰 경쟁은 덜해 아파트 낙찰가격이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매보다 더 유리한 시장은 공매 시장이다. 송 대표는 “공매는 경매와 달리 낙찰자가 직접 명도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탓에 경매보다 낙찰가가 15% 정도 저렴한 편”이라며 “실제로 직접 명도 소송이나 강제 집행에 나서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공매는 저렴한 매물을 확보해 투자 수익을 올리기에는 좋은 방법이지만 실거주 차원에서 보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무인점포·렌탈 스튜디오 등 투자 유망
여윳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송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대다수 상권이 얼어붙었지만, 사실상 그 이전부터 오프라인 업종은 위기를 맞았다”며 “언택트 시대를 거쳐 그 이후에도 살아남을 만한 업종을 잘 파악하면 지금이 오히려 권리금과 임대료를 아껴 상가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가 포착한 업종은 ‘무인점포’다. 송 대표는 “기존에는 코인 세탁소, 인형뽑기 가게 정도가 무인으로 운영됐는데 이제는 인쇄·출판업, 아이스크림 가게, 심지어 동네 슈퍼까지 확산하고 있다”며 “공유 오피스, 렌탈 오피스도 스마트 스토어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무인 점포는 물건 도난 같은 단점도 만만찮지만 인테리어 비용이나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은퇴자도 운영할 수 있다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우량 상권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이화여대·홍익대 등 대학가 주변, 경리단길·연남동 등 도보로 걸어다닐 수 있는 특색있는 거리가 인기를 끌었지만 앞으로 아파트 등 주택가 배후 수요가 풍부한 곳이 유망하다는 것. 송 대표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상권보다 기복을 타지 않으면서 꾸준한 수요가 받쳐주는 신도시 상가 등은 잘만 고르면 쏠쏠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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