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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논밭 천지 깡촌에 투기라니…너무 황당"

    입력 : 2020.12.22 07:55

    [땅집고]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용잠리. 창원시청에서 버스를 타고 산과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 도로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동네다. 이 마을에 2001년 준공한 원창아파트(176가구) 전용 85㎡는 지난달 28일 1억1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 1년 동안 6건이 거래됐는데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다. 3.3㎡당 아파트 가격이 330만원쯤 된다.


    [땅집고] 창원시 의창구 용잠리, 창원시청 위치도./손희문 기자

    앞으로 이 동네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자금 조달 계획서와 각종 증빙서류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 17일 정부가 창원 의창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용잠리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생 투기라는 건 구경도 못해본 촌사람들이 의창구에 속한다는 이유로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받아야 하니 다들 황당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전국 6개 도 37개 지역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각지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획일적인 규제지역 지정으로 집값도 잡지 못하면서, 투기와 상관없는 주민들만 규제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땅집고] 창원 의창구 동읍 일대. 음영표시된 아래 회색 도심지에는 의창구·성산구 등 집값이 비싼 번화가가 자리잡고 있다./손희문 기자

    창원 의창구는 동읍과 북면 등 읍·면 지역까지 일제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의창구에서는 창원 시내와 가깝고 학군이 좋은 용호동 아파트를 기준으로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84㎡ 기준 10억이 넘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정부는 의창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동읍·북면의 평당 아파트값이 평당 300만~400만원 되는 지역도 예외없이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는 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경상남도와 창원시청은 조정대상지역을 지정에 앞서 이 지역을 빼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건의를 무시하고 규제를 강행했다. 창원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땅집고 통화에서 “경남도가 창원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을 요청했을 때도 여러번 북면과 동읍 지역을 제외해달라고 건의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규제지역 지정을 강행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창원시청에 ‘국토부에 규제지역 해제 건의를 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창원시 동읍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용잠리 일대./네이버거리뷰

    대구 수성구와 인접한 경산시도 같은 날 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경산시 중산동은 대구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수성구와 200m 정도 떨어진데다 중산지구 택지개발 등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다. 하지만 중산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이 논·밭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집값 상승이 거의 없었다. 지역민들은 “국토부 공무원들이 이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이라도 와 봤으면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경북 경산시 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주변은 대부분은 녹지지대에 일부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다./네이버거리뷰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는 순간 투기꾼을 잡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각종 규제가 촘촘하게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선 LTV가 9억원 이하 50%·초과분 30%으로 줄어든다.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주담대는 원칙적 금지되면서 2주택 이상부터는 대출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이에 더해 2주택 이상부터 취득세와 양도세가 중과된다. 논밭 사이에 있는 1억원 남짓한 아파트 한 채를 가졌다는 이유로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LTV가 줄어들어 아파트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전남 광양시의 경우 와우지구에서 분양하는 ‘마동 동문굿모닝힐맘시티’ 수분양자들은 당장 규제를 적용 받는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잔금 납부일을 기준으로 LTV 규제가 적용되면서 기존에 집값 70%를 대출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수분양자들은 50% 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중독증’에 걸려 전국을 부동산 투기판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가 정책 결과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습관적으로 규제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규제지역 지정에 해당하는 정량조건을 충족하면 읍·면·동에 관계없이 예외를 두지 않고 규제를 가하는 정책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집값이 오르고 나서 규제를 가하는 식의 사후적 조치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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