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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됐다 하면 10억 돈벼락…청약 도박판 양산한 HUG

    입력 : 2020.12.21 03:26

    [HUG, 분양보증 독점의 민낯] ① "주변보다 비싸면 분양 못해" HUG 통제로 당첨자는 인생역전

    [땅집고] 2020년 10월 19일 이재광(왼쪽)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4년간 분양가를 틀어막아서 좋아진 점이 뭐가 있나요. 집값이 잡혔나요? 오로지 몇 안 되는 당첨자들만 혜택을 봤죠. 몇 년 전만 해도 ‘당첨되면 1억~2억은 남는다’고 했는데, 이젠 그게 10억이 됐잖아요.”

    최근 HUG의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분양가 통제로 아파트 청약 시장이 슬롯머신보다 더한 도박판이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HUG는 2016년 7월부터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보증서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HUG가 독점권을 쥐고 있다. HUG는 분양가격이 주변보다 비싸면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 식으로 가격을 통제한다. 명분은 리스크 관리와 집값 안정이다. 그러나 정작 주변 아파트값을 떨어뜨리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세보다 싸게 분양한 아파트에 당첨된 극소수만 이득을 독차지하고, 대부분은 당첨 즉시 몇 배로 오르는 집값을 지켜보며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첨자가 10억원 넘는 차익을 본다면 99%의 수요자들은 10억원을 손해본다는 말”이라며 “이 정도로 절망적인 도박판이 세상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

    ■ 주변보다 10% 비싸면 보증 거절

    HUG가 분양 보증을 무기로 아파트 분양가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7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현 디에이치아너힐즈) 일반 분양부터다. 당시 조합은 일반분양 69가구를 3.3㎡(1평)당 4313만원에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HUG는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보증을 거절했다. 조합은 결국 3.3㎡당 평균 4178만원으로 낮춰 분양보증을 받았다. HUG는 이 때부터 ‘분양가가 인근 단지의 최근 1년 내 분양가보다 10% 이상 비싸면 분양보증서 발급을 거절한다’는 이른바 ‘10% 룰’을 적용하고 있다.

    [땅집고] 2016년 이후 분양한 서울 강남 주요 아파트. /장귀용 기자

    HUG의 강력한 분양가 통제로 서울 강남권에서는 4년여가 지난 지금도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대다. 개포주공 3단지 건너편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는 올 1월 일반 분양 당시 분양가격이 3.3㎡당 4750만원이었다. 4년 전 분양한 3단지 분양가 기준으로 HUG가 결정한 가격이다.

    서초구도 비슷하다. 2016년 10월 분양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신반포5차 재건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194만원이었다. 3년 반이 흐른 2020년 3월 분양한 르엘신반포센트럴(반포 우성 재건축)은 3.3㎡당 평균 4892만원의 분양가를 받았다.

    ■분양가 잡는데 성공?…주변 시세는 더 치솟아

    [땅집고]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최근 시세가 29억원선으로 분양가(약 14억원) 대비 1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DB


    HUG는 분양가를 억제하면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실제로 분양가 통제에는 거의 성공했다. 하지만 집값 안정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되레 역효과만 초래했다. 저렴하게 분양한 신규 아파트는 계약 즉시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춰 가격이 급상승했다. 2016년 분양한 ‘디에이치아너힐즈’가 대표적. 이 아파트 분양가는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14억8000만원이었다. 당시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평균 가격은 84㎡ 기준 15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 현재 시세는 28억~29억5000만원이다. 일반 분양 당첨자는 15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손에 쥔 셈이다.

    이는 서울 강남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서울 대부분 신규 분양 단지에서 수 억원대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지난 8월26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 ▲DMC센트럴자이 ▲DMC아트포레자이 ▲DMC파인시티자이는 분양 당시 시세보다 분양가가 5억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평가됐다. 넉 달도 안된 현재 이 아파트들 분양권에는 프리미엄만 7억5000만~9억원까지 붙었다.

    서울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10억원 넘는 ‘잭팟’이 터진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청약 경쟁률도 급격히 상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은 2017년 12.94대 1에 불과하던 평균 청약경쟁률이 2018년 30.42대 1에 이어 2019년 31.67대 1로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99.33대 1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땅집고] 2019년 이후 분양한 주요 아파트 분양가와 프리미엄. /장귀용 기자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까지 확산됐다. 경기도에서도 외곽으로 평가되는 평택시도 청약 광풍이 휩쓸었다. 지난해 12월 청약한 ‘지제역 더샵 센트럴 시티’는 총 1821가구 모집에 6111명이 청약했다. 현재 이 아파트 분양권에는 3억~4억원씩 프리미엄이 붙었다. 지난 9월 분양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레이카운티’는 84㎡ 분양권에 웃돈만 8억~8억2000만원이 붙었다. 올 9월까지만 해도 시세대비 2억원 정도 차익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던 단지다.

    소수가 이익 독점…시세차익 15억 넘기도

    HUG 분양가 통제로 이득을 본 당첨자는 극소수다. 올 3월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한 ‘르엘신반포센트럴’은 전체 596가구 중 일반 분양분이 98가구에 불과했다. 평균 114.3대1의 경쟁쟁 속에 당첨 최고가점이 79점에 육박했다. 분양가는 3.3㎡ 당 4849만원으로 84㎡가 14억8000만~16억7200만원에 책정됐다. 현재 바로 옆 ‘반포센트럴자이’ 84㎡가 30억~32억원(3.3㎡ 당 8500만~9000만원선)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당첨자는 대략 15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누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HUG의 분양가 통제가 ‘청약 당첨은 곧 잭팟’이라는 믿음을 굳힘으로써 온 나라를 투기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지난 11월 진행된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S1·S4·S5블록 등 3개 단지1순위 청약에는 47만8390명이 몰렸다. S1블록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는 평균 경쟁률 535대 1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당첨자들은 15억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양가 통제로 아파트 공급 의욕을 꺾어 결과적으로 청약 시장을 ‘도박판’으로 전락시킨 주범은 문재인 정부이며, HUG는 종범인 셈이라고 비판한다.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는 “식당도 경쟁이 치열해지면 스스로 가격을 낮추는 법이다. 아파트도 시장 자율에 맡겼다면 대량 공급되면서 결국엔 가격이 낮아졌을 것”이라며 “지난 4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치솟은 것은 가격이 비싸다고 ‘신장 개업 식당’에만 억지로 낮춰 팔게 한 HUG의 어처구니 없는 분양가 통제 탓”이라고 말했다.

    ☞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HUG)는
    국토부 산하의 공기업으로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다가 부도가 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 보증을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HUG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HUG는 사실상 ‘분양 아파트 가격 통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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