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18 04:45
[땅집고]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대화동 킨텍스역 예정지 인근 '일산 더샵 그라비스타'는 1020가구 총 4개 동 규모의 입주 2년차 신축 오피스텔이다. 이 오피스텔 전용 84㎡는 지난달 11일 8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17일 현재 호가는 8억 7000만원 이상이다. 인근 아파트인 대화동 ‘현대아이파크 10단지’ 전용 84㎡(5억3000만원), ‘양우파크타운’ 84㎡(4억1500만원)에 비해 4억~5억원 정도 높은 가격이다. 대화동 중개업소는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GTX노선이 지나가는 역 앞에 위치하고 신축·대단지라 생활이 편리해 자금이 부족한 젊은 신혼부부들이 아파트 대신 매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근교 수도권 곳곳에서 주거형 오피스텔(아파텔) 매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이 인근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치솟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산과 수원 광교, 위례신도시 등에서 교통·주거 환경이 좋은 전용 84㎡내외 신축 주거형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 교통 편리한 대단지 아파텔 중심으로 가격 올랐다
경기 수원 영통구 하동 ‘광교더샵레이크파크(647가구)’는 호수공원 바로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이 전용 48~104㎡로 구성된 전형적인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실내골프장·헬스장·독서실 등 커뮤니티도 갖추고 있다. 이 오피스텔 전용 84㎡는 지난달 8억9700만원에 팔렸다. 이 단지와 인접한 ‘광교센트럴타운62단지’ 아파트(84㎡)의 최근 거래가격(8억9000만원)보다도 조금 높은 가격이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3~4인 이상 가족이 거주하기에는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대지 지분이 적어 날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그래서 면적이 아파트만큼 넓다고 해도 비슷한 아파트 대비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경기 하남시 학암동 ‘위례지웰푸르지오’ 오피스텔 84㎡는 이달 10억2700만원에 팔렸는데, 이 단지와 인접한 ‘위례롯데캐슬’ 아파트 84㎡가 같은 달 12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6300만원 차이에 불과하다. 1년 전만 해도 ‘위례 지웰’ 8억4000만원, ‘위례롯데캐슬’ 11억원 으로 2억 6000만원 격차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4~5년 사이 짓는 오피스텔은 소형 아파트 수요층을 겨냥하고 짓기 때문에 평면과 단지 내 시설을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 올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상품성 차이 없는데 대출 규제 안 받아
전문가들은 대단지·신축 주거형 오피스텔은 주거 편의성뿐 아니라 환금성·자산 가치 보전 등 모든 면에서 아파트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대표는 “흔히 오피스텔이 대지지분이 작고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렵다고 하는데, 용적률을 한도까지 사용한 신축 아파트도 재건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며 “상품 차이가 거의 없으니 입지에 따라 오피스텔 가격이 더 높을 수도 있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피스텔이 가진 장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담보대출 LTV(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보통 LTV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이 막힌 탓에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는 수요자들도 주거형 오피스텔은 매입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청약 자격을 따질 때 오피스텔은 주택 수로 산정되지 않아, 주거형 오피스텔 보유자는 무주택 자격으로 청약할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아파트·빌라 전세난이 워낙 심해 전세 살면서 청약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주거형 오피스텔이 마지막 구원투수나 다름없게 됐다”고 말했다.
■ 같은 조건이면 아파트보다 비싸긴 어려워
하지만 아무리 최신 주거형 오피스텔이라도 한계는 있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전용 면적이 같더라도 오피스텔에는 서비스 면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발코니 확장한 아파트 면적이 더 넓다. 또 아파트 관리비가 3.3㎡(1평)당 5000원인데 비해 오피스텔은 통상 3.3㎡당 5000~1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라며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아파트보다 불리한 점이 제법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김학렬 소장은 “지금은 워낙 주택난이 심각해 오피스텔이라도 사야 한다는 심리가 있지만,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아파트 공급이 대거 쏟아질 경우 오피스텔 가격이 먼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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