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17 03:22
[땅집고] 1985년 입주한 강원 춘천시 후평동 후평주공4단지 아파트. 최고 5층 29개 동 708가구로, 모든 주택형이 42~59㎡(이하 전용면적) 소형이다. 그동안 춘천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후평동은 춘천 외곽인 데다가, 올해 입주 36년째로 주택이 낡아서다.
그런데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 아파트 거래량이 갑자기 늘고, 가격도 유례 없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 8~11월 49㎡ 매매거래량이 총 33건으로 지난해 동기(3건)보다 11배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이달 11일 1억1000만원(2층). 올 1월만 해도 5900만원(5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집값이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이 아파트가 갑자기 관심 종목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공시가격 1억원 이하’라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대상을 확대하고 세율도 높이자, 투자자들이 예외가 인정되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그동안 4주택 이상 보유 시 적용하던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2주택 이상으로 확대됐다. 세율도 종전 1~4%(1주택 1~3%, 4주택 4%)에서 ▲조정지역의 경우 2주택 8%, 3주택 12% ▲비조정지역의 경우 2주택 1~3%, 3주택은 8%로 각각 올랐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계산시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고, 취득세 중과도 하지 않는 것. 종전대로 1.1% 세율만 적용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주택 시장 침체 지역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국 비 규제지역 곳곳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리면서 집값이 튀어오르고 있다. 강원 춘천을 비롯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진해구, 김해시, 경북 구미시, 충북 충주시, 전북 전주시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전주 송천동 주공아파트는 올 8~11월 101건 거래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5건)보다 거래량이 20배나 폭증했다. 59㎡는 올 7월 8000만~9000만원 선에 팔렸는데, 집값이 점점 오르더니 이달 중순엔 1억3000만원(5층)에 팔렸다. 춘천 후평주공4단지 59㎡도 지난 6월 8000만원에서 이달 1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경남 김해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외지인들이 속칭 대장주가 몰려 있는 창원 의창·성산구 아파트를 주로 사들였는데, 최근에는 투자 소외지였던 창원 마산 회원구나 진해, 김해 일대 저렴한 아파트에 눈독을 들인다”며 “결국 7·10 대책의 또 다른 풍선효과인 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취득세에 한정된 점을 감안하라고 조언한다. 취득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1.1%를 적용받지만, 추후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는 주택 수에 포함시켜 중과하는 탓이다. 공시가격 1억원을 넘는 순간 취득세 관련 혜택이 바로 사라지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유찬영 세무사(땅집고 택스클럽 센터장)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구역, 빈집및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예정구역에 있는 주택은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아도 취득세가 중과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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