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서민 꿈도 못 꿀 고급 아파트 많이 지어야 집값 잡힌다?

    입력 : 2020.12.14 04:38

    [땅집고] 2019년 말 세계 고가아파트 상승률 순위. /나이트프랭크

    [땅집고]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는 2019년 말 서울 고가아파트(상위 5%) 가격 상승률이 7.6%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43개 도시를 비교한 결과다. 1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10.3%)와 2위 대만 타이페이(8.9%)와 상승률 차이가 크지 않다. 게다가 2019년 4분기 상승률만 따져보면 서울이 4.8%로 프랑크푸르트(0.0%)와 타이페이(0.0%)를 압도했다. 올해 2분기에도 세계 6위(4.0%)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 통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9년 10월 이후 1년간 고가아파트(상위20%) 가격 상승률은 28.6%에 달했다. 반면 저가 아파트(하위20%) 상승률은 1.0%에 그쳤다. 상위 20% 아파트와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차이인 ‘5분위 배율’이 8.4배로, 해당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 서울 고가아파트 수요 갈수록 불어난다

    [땅집고] 국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수.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결론부터 얘기하면 수급 불일치가 원인이다. 고급 아파트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 반면 공급이 뒷받침 되지 못해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2019년 기준 35만4000명. 약 10년 전인 2010년(16만명)과 비교하면 2.2배 늘었다. 한국 전체 인구가 매년 0.5% 늘어난 데 비해 고액자산가는 매년 10% 꼴로 늘어, 부자 수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늘면서 고급아파트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실제로 올해 6·17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고가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17일부터 8월19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서울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총 1637건으로, 직전 4~5월(899건)보다 82.1% 증가했다. 서울 고가아파트(15억원 이상)는 경매에서도 인기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0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07㎡는 감정가 21억 1000만원에 경매를 시작했는데, 24억 1309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9명,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114.4%다. 강남구 대치동 쌍용대치1차 전용 141㎡도 감정가(21억 9900만원)의 114%인 25억 100만원에 낙찰됐다.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한데도 고가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풍부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땅집고]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후 월세 가격 변화. /직방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차시장에서도 고가아파트 선호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직방에 따르면 최근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서울아파트 월세가격 상위10% 평균은 240만3000원으로, 하위 90%의 평균(58만3000원)보다 4.12배 비쌌다. 이 격차는 2011년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다. 고가 월세가 책정되는 핵심지역에서 거주하기를 원하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고급아파트 공급 풀어야 주택 시장 안정될 것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선 이런 수요를 뒷받침 할 만한 아파트 공급이 충분치 않다. 특히 고급 대형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 올 들어 10월까지 수도권 중대형 주택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144.9대1로, 중소형 주택 대비 5배 가량 높았다.

    [땅집고]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조선DB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분양가를 규제하고, 고가주택 공급을 막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고급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고가아파트 중심 가격 급등은 규제보다 적정 수준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한 대책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서울의 경우 일반아파트 뿐만 아니라 고급아파트 공급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고급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도록 민간 부문 규제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수요자들이 주택을 고르는 기준은 양에서 질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고급아파트 공급을 막는다면, 고급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이 일반아파트로 전이될 우려도 있다. 선도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일반 아파트가 따라가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민아파트의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도 소득수준에 맞는 주택 공급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국 SWCU 교수),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내년부터 세금 폭탄. 전국 모든 아파트 5년치 보유세 공개. ☞땅집고 앱에서 확인하기!!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