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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변창흠·조명래…文정부 핵심 인물 모인 '한국공간환경학회'의 실체

    입력 : 2020.12.11 05:14

    [땅집고] 한국공간환경학회는 현 정부 부동산,도시정책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는 막후단체로 지목된다. 사진은 지난 2013년 4월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모인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원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둘째),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왼쪽 셋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둘째), 조명래 환경부 장관(맨 오른쪽).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

    [땅집고]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의 사상적 근거를 알고 싶다면 ‘공환’(한국공간환경학회)을 보라.”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내정되면서 그가 최소 20년 전부터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일명 공환이 때아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공환에는 변 후보자뿐 아니라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산파이자, 막후 지휘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가입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공환의 전신은 6·10민주화운동이 있던 이듬해인 1988년 7월 창립한 한국공간환경연구회다. 이 연구회는 1994년에는 도시빈민연구소와 한국도시연구소를 만들었다. 1995년 11월 이 세 연구기관이 합쳐지면서부터 공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땅집고] 사단법인 한국공간환경학회 홈페이지. 김수현 전 청와대정책실장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이 깊게 관여돼 있는 단체로 알려져있다. /한국공간환경학회 홈페이지 캡쳐

    공환에는 국내 사회·지리학계에서 진보 목소리를 대변하는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변 후보자나 김 전 실장, 조 장관 외에도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고문을 맡고 있다. 최병두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을 비롯해 현재 회장인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와 편집위원장인 정현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부회장인 이영범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와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주요 인사로 꼽힌다. 현재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학자는 56명이다.

    부동산 업계와 학계에서는 공환을 사유재산권에 기반한 부동산 개발에 반대하는 급진주의 ‘조지스트’(georgist) 모임으로 바라본다. 조지스트는 토지를 공적 재화로 보는 ‘토지공개념’을 신봉하거나 인용하는 집단으로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공환은 이런 조지스트 사상을 실제 실천하고 이룩하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공환은 창립선언문에서 “세계 경제 질서는 자본 논리의 고도화로 국민 경제를 무한 경쟁 체제로 이끌어 개별 지역 경제의 자립적 터전을 와해시켰다”면서 “이는 공동체적 일상 생활을 해체시키고 구성원들 간 사회공간적 관계를 파편화시켰다”고 주장했다.

    1999년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 속에서 시작된 이 모임(공환)으로 급진적 지리학이 파급력을 갖게 됐다”(형기주 당시 동국대 교수)라든지 “공환은 이단의 길을 의도적으로 택해서 걸어왔다. 1988년 당시 운동권은 재야(또는 지하)에서 선동적인 역할을 했다. 운동권만큼은 아니지만 진보적 성향을 가졌다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정치경제학적 방법론을 학문적 방법론으로 채택했고 공환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강병기 당시 구미1대학 학장)라는 말들이 나왔다.

    [땅집고] 한국공간환경학회 창립선언문. /한국공간환경학회 홈페이지 캡쳐

    변창흠 후보자는 1991년 공환이 발행한 ‘공간과사회’ 1호지에 논문을 싣는 등 공환 창립 초기부터 회원으로 활동했다. 변 후보자는 현재도 고문 겸 학술위원이다. 학술위원이란 직책은 학회에서 출간하는 학회지의 방향을 설정하고 논문심사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변 후보자가 기존 재정비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개발이익환수를 강하게 주장해온 것도 공환이라는 사상적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자는 2013년 공환에 발표한 ‘뉴타운사업의 정책실패 악순환 구조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뉴타운 사업이) 높은 기대 때문에 주택가격의 급등을 유발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면서 “수익성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정책실패의 악순환으로 빠질 수 있어 뉴타운사업이 악순환 구조를 탈피하려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변 후보자가 뉴타운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았던 것이 대전 오정지구와 서울시 창신·숭의지구다.

    변 후보자가 뉴타운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도시재생’이다. 변 후보자의 이런 생각은 서울주택공사(SH) 사장 재임시절인 2015년 1호 도시재생사업지로 서울시 창신·숭의지구를 선택하면서 구체화했다. 변 후보자뿐 아니라 조명래 장관도 공환에 2011년 특집논문으로 게재한 ‘문화적 도시재생과 공공성의 회복 : 한국적 도시재생에 관한 비판적 성찰’에서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공환이 주창하는 주요 내용은 ‘공간(토지) 활용의 공공성 강화’로, 토지개발을 통한 수익 추구를 배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환에서 오래 활동한 김 실장이나 변 후보자 입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자본가의 부도덕한 이윤 추구로 보일 테니 공급 부족이 뻔히 보이는데도 규제로 꽁꽁 틀어막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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