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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쑥대밭 된 지가 언젠데…이제야 뒷북에 헛발질?

    입력 : 2020.12.10 04:23

    [땅집고] 현재 창원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용지더샵레이크파크'./손희문 기자

    [땅집고] 지난 11월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창원의 중심지인 창원광장 주변으로 시청과 대형마트, 백화점이 들어서 있었다. 창원시청 뒤편으로는 창원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용호동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보였다. 용호동 일대는 주거 환경이 좋고 학원도 밀집해 있어 ‘창원의 강남’으로 불린다. 지난 10월 ‘용지더샵레이크’ 84㎡(이하 전용면적)가 9억5000만원(24층)를 찍으면서 창원에서 아파트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을 지역 신문이 크게 다뤘다. 용호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용호동 아파트값이 2억~3억원씩 뛴 것은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 때문”이라며 “서울에서 버스로 온 단체 손님들이 사무실에 몇 차례나 몰려왔고, 전화로 아파트값이 얼마냐고 묻는 외지 투자자도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말인 이날 용호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집값이 너무 올라 정부가 창원을 규제지역으로 묶는다는 소문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용호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화 한 통이라도 더 받으려고 토요일에도 출근했는데 그 많던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최근 아파트를 매입한 신혼부부나 노후 대비로 아파트를 구입했던 직장인들은 가격이 떨어질까봐 불안해 한다”고 했다.

    창원 아파트 시장은 지난 3~4개월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대부분 외지인이 들어와 집을 사면서 거래가 늘고 가격도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예고되자, 순식간에 얼어붙고 있다. 현지에서는 “외부 투기세력이 집값을 다 올려놨는데 정부가 찬물을 끼얹으면서 결국 지역 실수요자만 고통을 겪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땅집고] 올해 월별 창원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손희문 기자

    ■ “2년간 신규 공급 없다”…외지인이 창원 집값 들쑤셔

    한동안 경기 불황에 허덕였던 창원시 아파트값은 올 8월부터 별다른 호재도 없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 84㎡가 지난 7월 7억원(21층)에 거래됐지만 석달 여 만에 2억5000만원 올라 10억원 턱밑까지 육박했다. 성산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 ‘센텀 푸르지오’ 85㎡도 두 달 여 만에 2억5000만원이 올라 지난 11월 7억8500만원(25층)에 팔렸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창원에서 20년 간 살면서 이런 상승세는 처음 겪어봤다”며 “계약서를 쓰자마자 집값이 수천만원 오르니 여기저기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많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7월 4857가구였던 미분양 주택도 3개월 만에 3498가구로 28% 감소했다.

    [땅집고] 공인중개업소가 몰려있는 창원 의창구의 한 상가 건물. /손희문 기자

    현지에서는 집값 급등 배경에 외지인 투자자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창원 아파트 매입 건수 총 1705가구 가운데 외지인(경남 외 지역) 매입은 22.5%(384명)로 나타났다. 지난 8월10.6%(112명), 9월 13.8%(173명)에 비해 배 가까이 높아졌다. 용호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창원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수도권이나 다른 대도시와과 달리 규제가 전혀 없어서 투자자들이 몰려온 것 같다”고 했다.

    창원 아파트 경기가 장기간 침체하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고, 이 때문에 주택 부족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2년까지 창원 지역 입주 아파트는 총 1609가구에 불과하다. 창원시가 2018년 말부터 공급 과잉과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 아파트 사업 승인을 보류한 탓이다. 직방에 따르면 창원시 입주 물량은 ▲2018년 7549가구 ▲2019년 1만4101가구 ▲2020년 3384가구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창원은 지방에서도 광역화된 대도시로 최근 2년간 집값이 많이 눌려있어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오던 지역”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창원 성산구 반림동에 위치한 '트리비앙' 아파트. 주택형에 따라 최근 3~4개월새 1억~2억원이 올랐다. /손희문 기자

    ■ 규제지역 지정 요구에…“이제 와서 뒷북” 반응도

    창원 아파트 값이 단기간 급등하자 창원시가 먼저 나서서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진희 경남도청 건축주택과장은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인한 도민 피해를 막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지난 6일에는 집값 담합, 시세 조작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창원형 부동산 종합대책’까지 발표했다. 국토부는 창원의 외지인 거래 현황 등을 분석하면서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창원시 주택시장 분위기는 지난달 말부터 싸늘하게 식었다. 의창구와 성산구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요즘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너무 올라버린 집값에 이제는 ‘폭탄 돌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까지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뒷북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어든다. 9억원 이하 주택은 5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0%로 제한되고 2주택은 대출이 불가능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 부담도 생긴다. 정지영 경남공인중개사협회 부위원장은 “이제와서 창원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거래절벽 현상이 올 것이고, 비싼 값을 치르고 집을 사야 하는 지역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결국 늑장 대처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창원=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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