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10 03:56
[땅집고] 올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이스트윙동 꼭대기층 펜트하우스인 전용면적 269㎡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65억6000만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고 정부가 공인한 아파트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땅집고가 등기부등본·신탁원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주택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현 정부의 숨은 실력자라고 알려진 김수경(71) 우리들리조트 회장이다. 그는 사업가이면서 출판사를 보유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김씨는 2012년부터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작년 6월에 신탁사(국제자산신탁)에 집을 위탁했다. 이 때문에 현재 등기부등본상 소유자는 신탁사다. 통상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택을 신탁하는 경우가 많다.
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권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친문대모(親文代母)’로 불릴 만큼 친문 진영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시각이 있다. 심재철 전 국회의원은 ‘김수경 회장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문재인 정부 비선실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주치의이자 최측근이었던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이 김 회장의 전 남편이다. 김 회장은 2014년 ‘내 친구 노무현’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쓴 ‘문재인의 운명’ 감수도 맡았다.
현재 김 회장과 이 회장은 야권이 현 정부 ‘3대 게이트’ 중 하나로 규정한 소위 ‘우리들병원 게이트’로 구설에 올랐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대 특혜 대출을 받았고, 이 사건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여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초 이 아파트는 이상호 회장이 매입했다. 이 회장은 2001년 10월 아파트 구입 이후 김 회장과 이혼소송을 거치며 2012년 3월 개인회생을 신청, 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 시작 전까지 자산을 동결하는 보전처분을 받았다. 그러다가 2012년 5월 이혼이 확정되면서 재산분할로 이 아파트 소유권이 김 회장에게 넘어갔다.
2016년에는 삼성세무서가 밀린 세금을 받기 위해 이 아파트를 공매에 부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우리들리조트제주(우리들리조트CC 운영업체)가 매년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진 것이 체납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리들리조트제주는 2015년 기준 자기자본이 -66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당시 이 아파트는 공동주택 사상 최고 감정가격인 95억원에 공매로 나왔다. 기존 역대 최고 감정가를 기록했던 서울 강남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273.64㎡(87억6000만원) 보다 7억4000만원 높았다. 당시 같은 단지 내 웨스트윙동 41층에 있는 같은 주택형이 100억원에 매물로 등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를 60세 미만 1주택자가 단독 소유하고 있다면 올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7390만원에 달한다. 이는 땅집고가 최근 선보인 ‘땅집고 택스맵’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땅집고 택스맵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이 아파트 소유자는 1주택자라도 매년 1억원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에 이어 공시가격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향후 5년 보유세는 ▲2021년 8854만원 ▲2022년 1억421만원 ▲2023년 1억1528만원 ▲2024년 1억2713만원 ▲2025년 1억3980만원 순으로 불어날 전망이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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