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07 04:38
[권강수의 상권탐방] 중산층 몰려 있지만 장사하기는 힘든 '목동 상권'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은 ‘대한민국 교육 1번지’이자 아파트·주상복합이 몰려 있는 주거 밀집지역이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버블 세븐’ 지역 중 한 곳으로, 거주인구 대부분이 중산층이기도 하다(2017년 양천구청 구정기본현황 자료). 주민들의 ‘입김’이 센 만큼 목동 상권은 다른 상권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유흥업소가 몰려있는 골목상권이 딱히 없고, 나이트클럽이나 숙박시설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형적인 주택가 상권으로 분류된다.
■의류 매장 늘어선 ‘목동로데오’…유흥업소 많은 ‘목동사거리’
목동 상권은 크게 ▲목동역 근처 로데오상권 ▲목동 사거리 상권 ▲오목교 상권 세 곳으로 나뉜다. 먼저 지하철 5호선 목동역 2번 출구로 나와 대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로데오거리에 도착한다. 이곳 유동인구는 10대에서 50대를 아우를 정도로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다. 업종은 저렴한 가격대의 의류 상설매장이 대다수인데,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한 데다가 온라인 쇼핑몰과 복합쇼핑몰이 발달하면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통신매장·화장품가게·카페·프랜차이즈 음식점·주점 등도 늘고 있다.
목동역에서 북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등촌로와 곰달래로가 교차하는 목동사거리가 나온다. 대로변을 따라 유명 의류 매장·화장품 가게·액세서리 매장 등이 입점해있다. 이면 도로로 들어가면 식사와 술을 함께 파는 식당과 주점이 많다. 이 일대 상권 중 유일하게 유흥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현대백화점·목동학원가 낀 오목교역 상권
목동역에서 1개역 떨어진 오목교역 일대엔 대형 쇼핑시설이 밀집해 있다. 현대백화점, 행복한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등이 있다. 이런 대형 유통시설이 지역 소비층을 흡수하는 바람에 주변 상권이 크게 발달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오목교역 근처에는 SBS목동사옥·CBS기독교방송국본사 등 방송 관련 시설과 대형 오피스 건물도 들어서 있다. 주변 점포들은 백화점에 입점하기 힘든 한식·분식점이 많다.
‘목동 학원가’도 오목교역을 끼고 있다. 목동2·3단지 삼거리 쪽 파리공원부터 월촌중학교 사이 평화의거리 중앙광장에 학원이 몰려있고, 이 외에는 오목교역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분포돼 있다.
김진섭 목동중앙부동산 대표는 “평화의거리 중앙광장의 상가 비율은 주택수 대비 0.3% 수준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높은 데다가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교육업이어서 대부분 점포에 권리금이 붙어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 일대에 크고 작은 학원들이 600개 정도 되는데, 3.3㎡(1평)당 월세가 10만~12만원, 권리금은 99㎡ 기준 2000만~30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배후 수요 많다고 섣불리 창업하면 큰코 다쳐
목동 상권은 주거수요 15만명, 지하철 유동인구 9만명을 배후 수요로 뒀다. 하지만 이곳에 창업하려면 신중해야 한다. 우선 목동 로데오거리는 상권 자체가 쇠퇴하면서 점포별 매출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업처리 한 공실 점포와 함께 한창 새 단장 중인 점포가 뒤섞여 있다. 업계에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상권 활성화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목동 로데오거리에 창업하려면 패션특화지역이라는 특성을 배제하고, 인근 지역 주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편의점이나 노래방,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이 좋을 수 있다.
오목교 상권에 점포를 낸다면 근처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는 틈새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일대 오피스 수요를 겨냥하기 위해 고가(高價)가 아닌 중저가 전략을 택해야 승산이 있다. 학원이나 교육서비스 분야 창업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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