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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산 건드리자마자…경주·창원 몰려가 "집 사자"

    입력 : 2020.11.27 04:44

    [땅집고] 지난 19일 부산, 대구 등이 규제지역으로 묶자 규제가 없는 경주에 선보인 '경주 에일린의 뜰' 견본주택에 문의가 몰리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땅집고] “모델하우스 오픈하고 지난 주말에만 분양 문의 전화가 1000통 넘게 걸려와 상담사들이 정신을 못 차렸어요.”

    다음 달 3일 1순위 청약을 받는 경북 경주시 용강동 ‘경주 에일린의 뜰’(795가구). 지역 경기 침체와 지진 여파로 경주에서 2년여 만에 처음 선보이는 새 아파트다. 정부가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을 새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로 다음날 견본주택을 열었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대구와 부산이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바뀌면서 당장 새 집을 찾는 수요자들이 비(非) 규제지역이면서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경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에 이어 부산·대구 등 지방 대도시 대상으로 규제의 칼날을 빼들자, 규제가 없는 지방 도시에 주택 수요가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23회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규제를 조였다, 풀었다 할 때마다 나타났던 이른바 ‘풍선효과’가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최근 2년여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경주에 선보이는 '경주 뉴센트로 에일린의 뜰' 아파트 조감도. /아이에스동서

    ■부산·대구 규제하자 경주·창원에 풍선효과

    정부가 지난 19일 경기 김포, 해운대구 등 부산 5개구, 대구 수성구 등 7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자 전국적으로 풍선 효과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울산, 창원, 대구 인근인 경주가 대표적이다. 울산 남구 옥동 동덕현대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19일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5일 기록한 직전 최고가(4억원)를 5000만원이나 넘어섰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 85㎡도 지난달 24일 9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현재 호가는 최고 12억원을 웃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경북 포항과 구미, 충남 천안 등을 꼽는다. 대도시 인근이면서 집값 상승률이 규제 지역에 들기 바로 직전 수준으로 높았던 탓이다. 이 지역들에서는 신축 단지 중심으로 매매 가격이 강한 오름세를 타고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북 경주시 용강동 ‘협성휴포레 용황’ 101㎡는 지난 9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같은 주택형이 4억2000만원에 팔려 한 달여만에 5000만원 올랐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포항자이’ 아파트 72㎡는 지난 9일 3억85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 21일 3000만원 오른 4억185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부산·대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자마자 투자할 아파트를 찾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올해 지방 중소도시 집값 상승률 추이. /한국감정원

    업계에서는 이미 부산·울산·김포·파주·천안·창원 등이 새로운 규제지역 후보로 거론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부산과 대구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이른바 ‘규제 청정지역’으로 남은 지역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만 콕 집어서 규제하는 속칭 핀셋 규제 방식은 비 규제지역의 경우 정부가 집값이 더 올라도 된다고 인정해준 것”이라고 했다.

    ■ 비 규제지역 청약 열기 후끈…집값 더 오를 가능성

    이미 비 규제지역 가운데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곳 중심으로 청약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두산건설이 충남 천안 행정타운에서 선보인 ‘센트럴 두산위브’는 339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2만5400여명이 몰리며 평균 63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달 대우건설이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봉지구에서 분양한 ‘완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605가구)도 평균 5대1로 1순위 청약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도 규제가 없는 지방 중소도시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뜨겁다. 지난 9일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이 경북 구미시 원평동에서 공급한 ‘구미 아이파크 더샵’(1314가구)은 1순위 청약에 1만8000여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8.9대 1로 구미시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현재 새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부족한 상황인데, 비 규제지역은 아파트 청약 조건이 규제 지역보다 까다롭지 않아서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서 만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1순위로 청약할 수 있고, 기존 주택 보유자를 비롯해 세대주나 세대원 모두 청약이 가능하다. 재당첨 제한도 없고, 전매도 자유롭다. 지방 광역시에서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로 강화된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심교언 교수는 “비 규제 지역 중에서도 대도시 인근이나 경주·포항·여주처럼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현재 가격이 오르는 지방 중소도시들은 규제가 없기 때문에 대출이 집값의 70%까지 나오는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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