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26 11:17 | 수정 : 2020.11.26 18:24
[땅집고]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가 20억2000만원(14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어 강북에서는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84㎡가 이달 8일 10억5000만원(12층)에 거래돼 마포 전세금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84㎡(옛 30평대) 아파트 전세금이 강남에서는 20억원, 강북에서는 10억원을 차례로 돌파한 것.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3개월 사이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 강남권 아파트 ‘전세금 20억원’ 시대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 전세금이 1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16년 4월(10억5000만원)이었다. 이 때를 전후해 강남에서 아파트 전세금이 10억원을 속속 돌파하면서 ‘초고액 전세’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후 4년 만에 이 아파트 전세금은 2배로 오르면서 20억원이 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 84㎡ 전세금도 최근 20억원(3층)에 실거래돼 20억 고지를 밟았다. 모두 지난 8월 이전까지만 해도 15억~16억원 정도에 전세를 구할 수 있었던 아파트들이다. 두 아파트뿐 아니라 강남3구 주요 신축 아파트 84㎡ 전세금은 올 가을 거래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20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4㎡는 9월 18억원(21층)에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13억~15억원대)보다 3억원 상승했다.
강남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8월 이후 3개월 사이 아파트 전세금이 4억~5억원 정도 추가로 오른 경우가 빈번하다. 반포동 이계승 신한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요즘 전세 매물이 귀해 수요자들이 집 보러 왔다가 계약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집주인들이 임대차3법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내놓더라도 4년치 전세금 인상을 한번에 반영해 호가를 3억~4억원씩 급격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강북에서 전세금 10억원 넘긴 아파트 33건
그런가 하면 서울 강북에서는 전세금 10억원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8월 1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울 비 강남권에서 전용 84㎡ 주택형을 기준으로 10억원을 넘긴 아파트가 총 33건에 달했다. 마포구와 성동구가 각각 8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동작구가 5건, 광진구 4건, 종로구 3건 순이었다.
마포구에서는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84㎡는 지난 8월까지는 전세금이 7억5000만원이었다. 임대차보호법 3개월 만에 3억원이 올라 이달 8일 10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 전세금도 지난 달 29일 10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를 비롯해 마포 일대 신축 단지들의 84㎡ 기준 전세금 호가는 10억~11억원 사이로 형성되고 있다. 전용 59㎡도 8억~9억원 사이여서 이대로라면 1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밖에도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84㎡가 11억원에 손바뀜했고,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84㎡가 11억원에 거래됐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목동센트럴푸르지오’ 84㎡가 지난 9월 12억70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3개 단지는 지난 7월 전세금보다 2억원씩 각각 상승했다.
■ 전세대책 나왔지만 효과 미미…“당분간 서울 전세금 계속 오를 것”
가을 이사철이 거의 마무리됐음에도 전세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대차3법 여파로 전세 매물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2만5120가구로 올해(4만8719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전세난이 한동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전세 대책이 시장에서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면 지금 같은 전월세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데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