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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언론도 신나게 인용하던 그 통계들의 실체

    입력 : 2020.11.25 04:08

    [땅집고] 최근 각종 부동산통계가 무분별하게 양산, 이용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청계산에 바라본 서울시 전경. /장귀용 기자

    [땅집고]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 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30% 감소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임대차법 시행 2주 만에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557건에서 3만2505건으로 15.7% 줄었다.”(A 인터넷 언론사 보도)

    최근 정부와 일부 언론기관이 민간업체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아파트 매물 통계, 매매가격지수 등 각종 통계를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하거나, 입맛에 맞게 포장해 보여주는 사례가 속출해 주택 시장 왜곡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의 자료가 대표적. 아실은 ‘매물 증감’코너를 통해 기간별·지역별로 매매와 전세·월세 물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매물은 공인중개사만 알고 있는데, 이 숫자를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언론 보도는 물론 정부 발표에도 종종 인용된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전국 모든 매물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실 관계자는 “매물을 갖고 있어도 인터넷에 올리지 않거나 1개 매물을 여러 중개사가 중복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매물 숫자는 아니다”라며 “데이터는 추이를 확인하는 정도의 참고 자료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대부분 밝히지 않고 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은 마치 정확한 통계인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 허위매물을 관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역시 “전체 매물 수량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자료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땅집고]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이 제공 중인 '매물증감' 서비스화면. /아실 홈페이지 캡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 효과로 허위 매물이 줄었다고 주장하면서 아실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지난 8월26일 부동산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민간 부동산통계업체에 따를 경우 시행 첫날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매물 모두 20일 대비 24일 기준으로 약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우동윤 우대빵부동산아카데미 대표는 “이전에는 집주인이 중개업소 한 곳에 내놓은 매물을 여러 업소가 자기 매물인 것처럼 인터넷에 올려 광고했지만 중개사법 시행 이후 허위 매물 단속을 두려워해 자기 매물이 아니면 올리지 않는다”며 “언뜻 매물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허위 매물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정 임대차법 시행 후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는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전세 매물 감소는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아실이 집계하는 전세 매물이 감소하는 데에는 다른 요인도 있다. 이를테면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서 상당수 매물이 이미 계약된데다 허위매물 단속 우려로 중복 매물도 줄었다. 이런 고려 없이 단순히 아실의 통계만 보면 임대차법 시행 부작용의 효과를 실제보다 과대 평가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서로 다른 시세 통계도 이용자 입맛에 따라 사용된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 국토교통부는 감정원의 아파트 매매지수와 전세가격변화를 근거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KB국민은행 시세 자료를 근거로 ‘정책 무용론’을 펼친다.

    [땅집고] 역대 정부 한국감정원·KB국민은행 아파트 매매지수 변동 비교. /송언석 의원실

    송언석 의원은 지난달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 0.4%포인트 수준,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2.1%포인트 차이를 보였다는 자료를 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올 8월까지 두 기관 매매가격지수 변동 폭은 2배 차이(한국감정원 15.7% 증가, KB국민은행 30.9% 증가)를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집권 초기 공급 부족은 없고 집값이 투기세력 때문에 올랐다는 논리를 펼치다가 최근에 이를 뒤집었다”면서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없이 되레 정책 효과를 홍보하려다보니 멋대로 된 통계 인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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