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15 11:14
[땅집고] “앞으로 일본의 ‘레이킹(礼金)’처럼 집주인에게 사례금을 줘야 전셋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여파로 전세난이 심하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땅집고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 ‘땅집고 회의실’에 출연해 “가격(전세금) 규제로 매물이 부족해지면 드러나지 않는 이면(裏面) 계약을 통해 별개의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시장 원리”라면서 “집주인에게 주어지는 세금 부담도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레이킹이란 과거 일본에서 임대주택이 부족할 때 세입자가 집주인 집을 빌리는 대가로 주는 돈을 말한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는 임대차시장 규제로 보증금(임대료) 상한을 통제하면서 전월세 시장의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셋집 구할 때 규제를 받는 임대료와 별개로 집주인에게 사례금을 주는 일이 보편화할 것이란 것.
심 교수는 정부가 매매·전세 시장에 도입한 가격 규제가 거래 가능한 매물을 줄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려는 나라는 베네수엘라나 쿠바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밖에 없다”며 “서울에서 매년 4만8000쌍이 결혼하면서 최소한의 신규 수요가 발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매물 부족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못지않은 전세금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평균 0.5% 하락하는 반면 전세는 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심 교수는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2만4000가구로 올해의 절반 밖에 안돼 안 그래도 전셋집 공급이 부족하다”라며 “전세 대책이 나온 타이밍이 매우 좋지 않아 전세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도입할 때 외국 사례를 가져와 적용하는데, 외국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나쁜 점만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최근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 인상은 싱가포르 사례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취득세율이 높은 대신 증여·상속세가 아예 없고 보유세도 현저히 낮다.
정부가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율)을 90%로 끌어올릴 때는 대만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대만에서 보유세를 부과할 때 기준으로 삼는 ‘공고지가’는 시세의 20%에 불과하다. 대만에서 현실화율 90%인 ‘공고현가’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격이다. 우리나라는 시세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한다.
심 교수는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인식을 바꿔 원활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전세 시장을 잡기 위해 ‘빈집세(稅)’를 도입한다는 건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정부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대책에 대해 “주거 안정을 위해 표준임대료 이상의 차액을 보전해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만이라도 없애서 전세 공급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택 규제가 강력한 만큼 비(非) 주택 부동산으로 시각을 넓히는 게 좋다고 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서울시내 지식산업센터와 주거형 오피스텔. 심 교수는 “지식산업센터는 언제든지 추가 공급이 가능한 경기도 외곽보다 서울 가산동이나 영등포구, 성동구 성수동 등 서울 시내를 봐야 한다”며 “오피스텔은 세입자가 2년만 살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 계약갱신청구권 영향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수익형 부동산이든 연 10% 가까운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은 사기이거나 중간에 좌초될 위험이 높다”며 “수익률 4% 선에서 안정적인 상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