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14 04:00
[땅집고] “현대 2차 아파트 198㎡ 1층 매물이 49억5000만원에 나와있어요. 올 5월 11층보다 2억5000만원 비싸게 나왔는데 매수자가 많이 붙어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습니다.”(박인수 압구정큰부자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국내 최고 노른자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구역이 속속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 요건을 채우면서 집값도 꿈틀대고 있다. 정부의 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 발표로 강남 일대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던 압구정동 재건축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고, 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속속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 압구정동 일대 신고가 속출…60억원대 아파트도 등장
올 10월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량은 총 6건에 그쳤다. 그러나 이 중 2건이 신고가로 팔리는 등 가격은 강세다. 지난달 15일 현대7차 157㎡(이하 전용면적)는 41억9000만원(13층)에 팔리며 전 고점보다 1억9000만원 뛰었다. 현대6차 144㎡ 역시 지난달 13일 신고가인 36억원에 손바뀜했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값은 올 8~9월 이후 대형 주택형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8월 현대7차 245㎡가 65억원에 거래되며 전 고가인 52억5000만원보다 12억5000만원 올랐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 중 처음으로 60억원을 넘어섰다. 9월에도 신현대 9차 152㎡는 3개월 전보다 7억원 오른 42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박인수 압구정큰부자공인 대표는 “최근에도 40평대 아파트를 찾는 투자 문의가 많은 반면 매물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보니 나오는 대로 신고가에 팔리고 있다”며 “기존에 압구정동을 비롯한 강남권에 중소형 아파트를 갖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다른 주택을 처분하고 큰 주택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 재건축 동의률 확보로 사업 본격화 기대감
압구정동에 매매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우선 재건축 사업 추진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압구정 최대 구역인 3구역이 지난 9일에, 압구정 1·2 구역이 지난 11일에 잇따라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75%를 넘겼다. 압구정 4·5구역은 이미 동의율 75% 이상을 확보하고 이달 중 조합설립 절차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압구정지구 6개 구역 중 5개 구역이 모두 조합 설립을 눈앞에 두게 됐다.
최근 압구정 재건축이 급물살을 탄 것은 정부 규제와도 관련이 깊다. 내년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들이 분양을 받기 위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민 동의 절차를 서둘렀고, 소유주들이 대거 동참하며 빠르게 동의율을 달성한 것.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년 실거주 의무 요건을 피한 단지들은 기존 주민뿐 아니라 신규 매수자도 조합설립 이전에 매입하면 거주 요건 없이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어 투자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매물 없고 수요 늘어나…“가격 당분간 강세”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려 고가 주택 과세를 강화하는 데 대한 반응으로 투자자들이 다주택보다 압구정동 같은 지역의 ‘똑똑한 한채’에 몰리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부산이나 울산같은 지방 광역시 84㎡ 아파트가 15억원을 호가하는데 압구정 아파트가 20억원대이니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서울은 물론 지방 대도시에서 유동자금을 보유한 투자자에 심지어 외국인도 ‘몇 억원만 더 보태서 서울에 묻어두자’는 심정으로 집을 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는 전통적으로 매물이 많지 않아 가격이 계속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압구정 일대 아파트가 입주 40년이 넘은만큼 10년이상 장기 보유한 소유주가 많아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때문에 압구정을 제외한 강남권에서 추가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도 어려워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