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14 05:04
[지방도시 주거지역 집중분석] ① 5년째 하락하다 올해 상승 전환한 경북 경주시
[땅집고] 경북의 고도(古都) 경주. 관광지로는 예나 지금이나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장기간 고전 중인 도시였다. 한국감정원에 조사에 따르면 경주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2015년 10월 4주부터 2019년 11월 2주까지 211주 연속 하락했다. 햇수로 거의 5년째 집값이 떨어졌다. 그러던 경주 집값이 올해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경주 집값은 지난해 말 보합세로 돌아섰고, 올해 3월 네번째 주 이후 3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경주시의 집값 회복세를 견인하는 지역은 도심 지역인 황성동·용강동 일대다. 이 지역에선 새 아파트와 건설 중인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강세다. 현재 경북 경주시 주택시장에선 용강동의 ‘경주 두산위브 트레지움’의 거래 가격이 관심사다. 이 아파트는 2019년 3월 분양 당시만 해도 총 1204가구 중 1077가구가 미분양이 날 정도로 청약 성적이 처참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어 미분양은 모두 팔려 나갔고 올해 들어 분양권에 3000만~5000만원 웃돈까지 붙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아직 공사 중이지만, 이미 경주의 대장주 아파트가 됐다. 경주에서 보기 드문 1000가구 이상 신축 대단지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말 이 아파트 84㎡ 분양권이 3억9148만원에 팔리면서 경주 34평대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 2월(3억4517만원) 이후 8개월 만에 분양권 가격이 13% 넘게 올랐다. 주변 아파트도 강세다. 같은 기간 근처 ‘협성 휴포레 용황’ 84㎡도 비슷한 기간 2억8800만원에서 3억4900만원으로 6100만원 올랐다.
신규 분양도 진행되고 있다. 이달 중 IS동서가 ‘경주 뉴센트로 에일린의 뜰’(지하 2층~지상 25층, 7개동, 795가구)을 분양한다. 경주의 대표적인 신도시로 불리는 용황지구의 마지막 물량이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현재 경주 주택 시장은 오래된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갈아 타려는 지역의 실수요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비규제지역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투자 수요가 가세하고 있어 청약 성적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지 투자자들, 지방 광역시 대신 비규제지역 경주로
고전하던 경주 주택시장이 되살아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3년여 동안 정부가 서울·수도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자 투자자들이 지방 중소 도시 아파트 투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규제 지역인 경주도 그런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9월부터 광역시는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강화됐다. 기존 광역시의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이었는데, 9월부터는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없게 됐다. 경주 인근의 광역시인 대구 역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경주를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에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경주 주택시장에도 규제를 피해 외지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그 비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만 해도 경주 아파트 총 매매거래 건수 228건 중 외지인(서울 및 관할 시도 외) 비율은 10.95%(25건). 그런데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된 9월에는 총 221건 중 18.55%(41건)으로 한 달 만에 7.6%포인트 증가했다.
■지자체 단체장이 “신규 아파트 승인 제한해 재산권 보호할 것”
아파트 수급 구조 개선도 최근 경주 집값 상승세를 이끈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주낙영 경주시장은 “신규 아파트 사업승인을 제한해 공급 과잉과 미분양으로 인한 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경주에선 2018년 5월 분양한 ‘경주 두산위브 트레지움’ 이후로 민간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다.
단체장까지 나서 신규 분양 물량 통제에 나서자, 새 아파트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가격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주에서 집값 오름세가 돋보이는 단지들은 대부분 새 아파트다. 용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 달 만에도 집값이 수 억씩 오르는 서울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주 집값은 워낙 저렴해 2000만~3000만원만 올라도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상승폭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경주의 집값 상승세가 일부 신축 단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지역의 주택 시장 전체가 강세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주택 총량 자체가 적어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한두 곳만 가격이 올라도 전체 집값이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며 “지방 도시에 투자를 할 때는 지역적인 특성과 해당 지자체의 규제 요소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