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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로또…당첨 가망없어도 절반 이상이 '일단 붓자'

    입력 : 2020.11.09 10:46 | 수정 : 2020.11.09 11:22

    [땅집고] 수도권 신규 아파트 분양을 노리고 청약 가점을 모아온 A씨. 올해 틈나는 대로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A씨는 “분양 아파트는 점점 줄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내 가점으로는 언제쯤 당첨이 가능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저렴하게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청약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반면 정부 규제에 따라 공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감정원 청약홈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서울의 1순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0대 1에 달해, 지난해 경쟁률(31.6대 1)의 2배를 넘어섰다. 정부가 지난 7월 29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키면서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더욱 벌어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은 서울 역대 최고 경쟁률인 537.1대 1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수색13구역 재개발)에서 나온 서울의 직전 최고 경쟁률(340.3대 1)을 두 달 만에 경신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 시행 이후 서울 첫 적용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초구 '서초자이르네'(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도 67가구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임에도 300.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땅집고] 서울 63빌딩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조선DB
    또 올해 들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경기·인천)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1.4대 1로, 지난해 경쟁률(10.4대 1)과 비교해 3.0배로 뛰었다.

    특히 이달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동시 분양한 3개 단지(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과천르센토데시앙)와 경기 하남시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분양에는 청약자 수십만 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도 ‘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 534.9대 1, ‘과천르센토데시앙’ 470.3대 1,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 415.7대 1,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404.7대 1 등 수백 대 1을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포함) 가입자 수는 2681만2857명으로, 대한민국 인구수(약 5178만명)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청약통장에 가입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물량 감소가 이어졌다"며 "공급 물량은 줄어드는데 정부가 2030세대를 위해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등 청약 시장의 문은 크게 열리고 있어 앞으로 기록적인 경쟁률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약 경쟁률의 고공행진이 전세금과 중저가 주택의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요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무주택자들의 청약 대기 수요 증가로 전세금이 급등하고, 가점이 낮은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매매로 전환하면 매매 가격마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당장 입주할 수 없는 주택을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시장가격보다 5∼10% 정도만 저렴하게 맞추는 제도적 개선이 단기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인 대안은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통한 신규 입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 확대와 더불어 청약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중소형 주택에도 일부 추첨제를 도입하고, 과도한 특별공급 비중을 줄여 일반 1순위자에 청약 기회를 안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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