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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유세 5배?' 강남3구 집주인들 허겁지겁 매물 내놨다

    입력 : 2020.11.09 10:36 | 수정 : 2020.11.12 19:32

    [땅집고] 서울 강남구에서 영업하는 박인수 압구정큰부자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요즘 세금 폭탄을 우려한 집주인들로부터 주택 처분 전략에 대한 문의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 정부 계획대로 아파트 공시가격이 오르면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내년에 내야 할 보유세가 올해보다 5배쯤 뛴다”면서 “보유세 부담 탓에 시장에 매물이 더 나오기 시작하면 제때 못 팔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매도자들이 일찌감치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시세 9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려 고가 주택 과세를 강화하기로 하자, 집주인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땅집고]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조선DB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등록된 아파트 매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701건이었다.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공개 직전인 지난달 26일 4만2559건이었던 것에 비해 열흘만에 7.4%(3142건) 증가했다. 매물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매물량 변동 추이. /아파트 실거래가

    그러나 아직까지 거래량은 많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331건. 9월(601건)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 역삼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느껴 내놓는 매물이 쌓이면서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보유세 폭탄 우려…“빨리 팔아달라”

    매물이 늘어나는 이유는 각종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대폭 인상에 따른 보유세 폭탄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 수준이다. 앞으로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은 2025년까지,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까지 공시가격 반영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90%로 오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093만원(KB부동산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의 공시가격이 2027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오르는 셈이다.

    공시가격 반영률이 높아지면 보유세도 오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보유세는 올해 907만원에서 2025년엔 4754만원으로 5배 정도 급증할 전망이다. 시세 6억원인 노원구 '중계 무지개아파트' 전용 59.26㎡는 올해 보유세가 44만원이었지만, 정부가 2030년 시세 반영률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116만원을 내야 한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 A씨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54만원의 보유세를 냈지만, 올해는 2배가 넘는 325만원을 부담했다. 집값이 전혀 안 올라도 A씨는 2025년엔 약 766만원의 보유세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시세 90%로 공시가 인상시 서울시 주요 아파트 보유세 변동./ 조선DB

    이에 따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3구 아파트 매물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의 경우 열흘 전 매물이 3698건에서 현재 4125건으로 11.5% 늘었고, 강남구는 3797건에서 4181건으로 10.1% 늘었다. 급매물도 서초구가 열흘 전 305건에서 현재 384건으로 25.9% 급증했다. 강동구 역시 165건에서 203건으로, 송파구는 484건에서 552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 양도세 부담도 적지 않아…“차라리 버티자”

    일각에서는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이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가 주택은 중저가 주택에 비해 수요가 적어 매물이 적체하면 가격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전세난으로 수요층이 두꺼운 중저가 지역은 매물이 소진하면서 강보합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현실화 속도가 빨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에 안정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창밖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조선DB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보유세 만큼이나 양도소득세 부담도 큰 탓이다. 7·10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세율은 내년 6월 이후 더 높아진다. 서울 전역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세는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추가되고, 2채 보유시에는 20%포인트 추가된다. 이에 따라 양도세율은 최고 75%까지 오른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이 10억원인 2주택자가 내년 6월 이후 집을 팔면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아 2주택자는 5억3000만원, 3주택자는 6억4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을 팔면 최고 75%까지 양도세를 내야 하니 차라리 종부세 내고 버티다가 증여세 내고 자식에게 주자는 게 지금 다주택자들의 심리"라면서 "내년 종부세율 인상으로 일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는 하겠지만 이는 단기적 효과만 낼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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