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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최악…임대차법 3개월 만에 전세시장 쑥대밭

    입력 : 2020.11.01 14:21 | 수정 : 2020.11.01 22:51

    “전셋집 공급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수요자들이 많습니다. 운 좋게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들도 벌써부터 2년 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 3개월을 맞았다. 세입자의 거주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전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에서는 정 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들이 눌러앉으면서 공급이 씨가 마르고, 신규로 내놓는 전셋집은 4년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면서 호가가 치솟으면서 주택 시장에 유례 없던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땅집고]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조선DB

    ■ 전세 공급 부족, 19 년 만에 최고 수준

    31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187.0)보다 4.1포인트 상승한 191.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8월(193.7)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1∼4월 150선에서 상승하다가 5월 160을 넘겼고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급등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본격 시행하자 신규 전세 시장에 공급이 급감하면서 9월 187.0, 10월 191.1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의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91.8로 전달(189.3)보다 2.4포인트 올라갔다. 이는 2015년 10월(193.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땅집고] 수도권, 전국, 5개 광역시 아파트 전세금 주간 변동률./KB부동산 리브온
    KB가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에서도 역시 지난 10년 내 가장 가파른 전세금 상승세가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전세금은 0.55%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이달 둘째 주 0.40%에서 셋째 주 0.51%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 “2000가구 대단지에 전세 매물 2~3개 뿐”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상승폭은 수치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훨씬 더 크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5억원 후반이던 전용면적 59㎡ 전세금이 최근 7억원대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고 매물 호가는 8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전세금이 두 달 사이 1억원 가량 오른 것 같다”며 “전세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의 경우에도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2~3건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노원구 월계동의 3003가구 대단지 ‘한진한화그랑빌’의 경우 현재 전세로 나와 있는 매물이 3개뿐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2061가구 대단지 ‘북산한아이파크’의 경우에도 현재 전세 물건이 2개에 불과하다.

    ■ 단기간 해소 어려워… “정부 시장 왜곡 중단해야”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먼저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이 극히 적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부동산 정보 업체 직방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입주 단지는 1개, 296가구에 불과하다. 단 55가구만 입주했던 2018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계약 갱신 사례가 늘면서 전세 매물 출회가 줄어드는 데다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며 월세 전환도 꾸준하다”면서 “서울과 세종, 울산 등지의 경우 아파트 신규 입주도 많지 않아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단기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택이 있는데 순환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 전월세난의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의 전세난을 극복하려면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등록임대사업자들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낮춰 물량을 내놓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 주임법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현실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분석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는데, 자기들만의 기준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니 시장 왜곡이 더욱 심해지는 꼴”이라며 “새 임대차법의 소급 적용과 5% 상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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