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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호텔? 이름부터 해괴한 '오피스텔'의 숨은 역사

    입력 : 2020.10.30 04:15

    국내 최초의 변종 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이 올해로 탄생 35년을 맞았다. 주택과 오피스를 절묘하게 결합한 오피스텔은 등장 당시부터 정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때로는 주택으로, 때로는 사무실로 줄타기를 거듭하며 부동산 시장 주류 상품으로 자리잡은 오피스텔의 탄생 배경과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85년생 변종, 오피스텔] ① 주택법·청약 규제 피하려고 개발
    [땅집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에 버금가는 상품으로 꼽히는 '오피스텔'. /조선DB

    [땅집고]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있다. 바로 ‘오피스텔(Officetel)’. 사무실(office)처럼 업무도 보고, 호텔(hotel)처럼 잠도 잘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오피스텔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속칭 ‘콩글리시’다. 외국에 가장 비슷한 부동산 상품을 굳이 꼽는다면 ‘스튜디오 아파트먼트(studio apartment·방 한 개짜리 주택)’다. 하지만 오피스텔 같은 형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땅집고] 최초의 오피스텔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성지빌딩'. /네이버 로드뷰

    최초의 오피스텔은 1985년 고려개발이 서울 마포구에 지은 ‘성지빌딩’이다. 지하 3층~지상 17층 건물 중 4개층이 오피스텔 용도로 쓰였다. 최초 입주자는 무역대리업자나 회계사·건축설계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1인 사업자들로 알려졌다.

    ■ 2000년대초까지 대형 위주로 공급

    [땅집고] 대구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앞에 내방객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DB

    오피스텔은 도입 당시 사무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원래 업무시설 용도로 탄생한 만큼 주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바닥 난방이나 발코니, 욕실(샤워기 포함) 등을 설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부가 1986년 8월 건축법에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 허용’ 항목을 추가하면서 주거 대체 상품으로 떠올랐다. 10년이 지난 1995년에는 오피스텔도 바닥에 난방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고, 이후 이른바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 시대가 열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피스텔은 대형 위주로 공급됐다. 거실, 주방, 침실 2~3개를 갖춘 소위 ‘아파텔’(아파트 같은 오피스텔) 형태다. 건설사들은 주택 경기 호황기를 틈타 일산·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에 대형 오피스텔을 줄줄이 공급했다. 당시에는 대형 평수를 공급해야 건설사가 개발이익을 더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대형 주택 선호도가 높았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파텔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편법 분양’ 논란도 일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주택으로 보지 않았는데, 이 점을 악용한 투자자들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청약 규제를 피하거나 양도소득세 등을 탈세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건설사들 역시 그런 점을 틈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땅집고] 오피스텔 건축 규제 변화. /국토교통부

    그러자 2004년 정부는 오피스텔 과잉 공급이 우려된다며 각종 규제책을 내놨다. 전용 50㎡를 초과하는 오피스텔은 바닥난방 설치를 금지하고, 욕실은 1개 이하로 3㎡를 넘지 않도록 정한 것이다. 규제 여파로 오피스텔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4년 한해에만 9만483실이던 전국 오피스텔 공급량이 규제 직후인 2005년 4만1129실로 반토막 났다. 이때부터 오피스텔 분양 시장은 바닥난방이 가능한 50㎡ 이하 소형 위주로 재편됐다.

    ■ 2009년 바닥난방 확대 허용 등 규제 완화

    정부의 오피스텔 규제는 5년 만에 다시 풀렸다. 사회적으로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고 전세금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현재의 국토교통부)는 2009년 ‘소형주택 활성화를 위한 오피스텔 규제완화’ 대책을 통해 오피스텔 바닥난방을 전용 85㎡ 이하까지 확대 허용하고, 3㎡ 이하로 제한했던 욕실 면적도 5㎡까지 허용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자, 공급량도 증가하고 있다. 오피스텔이 아파트 다음으로 비중 있는 주거 상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이 같은 시류를 반영해 2018년부터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가격동향 조사 대상에 편입해 공시하고 있다.

    [땅집고] 2020년 3분기 전국 오피스텔 가격동향. /국토교통부

    감정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전국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2억378만원이다. 지역별로 ▲서울 2억5166만원 ▲수도권 2억1745만원 ▲지방 1억4731만원 순이다. 반면 투자수익률은 ▲지방 5.36% ▲수도권 4.61% ▲서울 4.33% 순으로 높아 매매가격 순위와 정반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오피스텔이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골고루 흡수하면서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 상품이자 투자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이어서 도심 접근성이 높고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많지만, 아파트 같은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고 전용률이 낮아 관리비가 비싼 단점도 명확해 매입 전 상품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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