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19 04:43
[땅집고]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아파트(84㎡, 이하 전용면적)에 전세 사는 A씨. 오는 12월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최근 ‘내가 직접 거주하겠다’며 집을 비워달라고 한 탓에 전셋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 보증금은 3억5000만원. 그러나 같은 아파트 전세 시세는 2년 만에 2배쯤 올라 7억원을 넘었다. 강남권을 제외하고 서울시내 웬만한 30평대 아파트 전세금보다 높은 상황이다. A씨는 “전세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금액이 너무 커서 이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가을 이사철이 한창인 가운데 전세 세입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살던 집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살 수 있는 경우는 괜찮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기로 했거나, 직장·학교·결혼 등의 이유로 이사해야 하는 무주택자들은 전셋집을 새로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전세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땅집고 취재 결과,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강남과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평균 2억원 내외, 최대 6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전세 매물이 없는 단지도 허다했다.
■ 강남권·새 아파트 큰 폭 상승…“매물 없어요”
서울 강남3구와 새 아파트일수록 전세금이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의 경우 1년6개월 전 입주 당시와 비교해 전세금이 5억원 넘게 올랐다. 입주 초기인 2019년 1월 전세금은 6억6000만원이었다. 현재 호가는 약 6억원 더 오른 12억원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 ㎡ 전세금 호가는 2년 전보다 최대 4억원 이상 상승했다. 2018년 10월 전세금 최고가는 6억원(2층)이었고, 평균 5억원대였다. 하지만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권희영 대치동 대청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가 생겨 직접 거주하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전세 재계약이 많지 않다”며 “2년 전 전세금 수준으로는 주변에서 비슷한 조건의 주택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억원을 올려줘도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 대치 팰리스’ 84㎡는 2년 전 전세 보증금이 14억원(20층)이었다. 지난 9월 84 ㎡가 16억원(2층)에 전세로 거래됐으며 현재 30평대 전세매물은 아예 없다.
■ 비강남 신축 아파트 30평대 전세금, 4억→6억
비교적 서울에서 저렴한 소형 주택이 몰린 강북지역이나 서남권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세금이 3억~4억원대였던 집이 사라지고 임대주택 등록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인 6억원을 속속 넘어서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지은 지 10년 이내인 신축 아파트 30평대 전세금 호가는 일제히 6억원을 넘어섰다.
강북구 미아동 ‘삼성 래미안 트리베라’ 84㎡는 2년 전 4억3000만원대였던 전세금이 지난 9월 6억원에 실거래된 이후 현재는 매물이 아예 사라져 호가가 없다. 맞은편에 있는 ‘두산위브 트리지움’ 같은 주택형 호가는 6억8000만원이어서 앞으로 매물이 나오면 이 가격대에 거래될 확률이 높다. 만약 매물이 나오면 세입자는 2년 전보다 2억5000만원을 더 준비해야 한다.
관악구 봉천동에 1999년 입주한 ‘건영6차’ 82㎡ 호가는 6억원, 작년에 준공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84㎡는 7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1~2년 전보다 각각 2억, 3억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2016년 입주)’ 72㎡는 2년 전 전세금이 4억5000만원(29층)이었는데 현재 호가가 7억원이다. 올 가을 이 주택에 새로 전세계약을 하려면 2년 전보다 적어도 2억5000만원이 더 들 것으로 보인다.
■ 3기신도시 대기 수요도 전세난 부추길 듯
경기 하남, 과천 등 서울 인접 지역은 3기신도시 청약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년 전 과천에 입주한 ‘래미안 과천센트럴 스위트’는 84㎡는 전세금이 2억원쯤 더 올라 호가가 10억원대다. 별양동 ‘래미안슈르’도 2년 전 7억원대였던 전세금이 지금은 2억원 더 오른 9억원을 호가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신규 전세 매물의 가격이 올라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월세로 전환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주거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