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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전세난이 만든 진풍경…9팀 줄서고 제비뽑기까지

    입력 : 2020.10.14 09:36 | 수정 : 2020.10.14 09:53


    [땅집고] 서울 전셋집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매물로 나온 전셋집을 보기 위해 아파트 복도에 10여명이 줄을 서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땅집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셋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4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나온 전셋집을 보기 위해 전세 수요자 9개 팀, 10여명이 동시에 찾아왔다. 9개 팀인 이들은 순서대로 집 내부를 둘러보고 부동산 중개업소로 돌아가 제비뽑기를 했다. 제비뽑기에서 계약자로 당첨된 한 팀이 즉시 계약했다.

    이 사실은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족이 이 곳에 전셋집을 보러 갔다가 탈락했다”며 당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요즘 전세 씨가 말랐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사 준비하시는 분들 정말 힘들겠다”고 적었다.

    9개 팀이 줄을 서면서까지 전셋집을 봐야 했던 이유는 이 지역의 전셋집 공급이 워낙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집에 현재 사는 세입자가 이 시간에만 집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자, 어떻게든 집을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해당 전셋집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원체 부족한 곳인 데다 16~18평 소형 주택형 중심인 단지에서 드물게 등장한 22평짜리 매물이어서 더 사람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이 전셋집은 기존 세입자가 이사 나가는 날짜에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무조건 맞춰줘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세 수요자들이 만사 제치고 몰려들 만큼 서울에서 전세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이 단지는 1993년 입주한 1000가구 규모 아파트로, 전용면적 34~50㎡의 소형 주택으로만 구성돼 있다. 지하철 9호선과 가깝고 전세금이 낮은 편이라 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는 단지다. 올해 1월에는 전용 50㎡가 2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됐지만, 이달 초에는 3억35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법이 개정된 이후 서울 전세 시장 불안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조사하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했다. 1년 3개월이 넘는 기간 줄곧 오르기만 한 것이다.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추가 대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대책 이후) 2개월 정도면 임대차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는데 (전세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계속해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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