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12 10:50 | 수정 : 2020.10.12 11:00
[땅집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7주 연속 0.01%로 보합세지만, 서울 전 지역에서 신고가를 경신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이 떨어진 거래도 보이지만, 대부분 낙폭이 작거나 저층 거래인 경우가 많아 하락세로 보기에 어렵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올라 7주 연속 동일하게 0.01% 상승했다. 통계적으로 0.01% 상승은 10억원인 아파트가 1주일에 10만원 오른 것에 불과하다. 1년(52주) 동안 매주 0.01%씩 상승하면 520만원(0.52%) 오르는 데 불과해 집값이 일반적인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제공하는 실거래 정보에 공개된 최근 아파트 거래를 살펴보면 서울 집값이 안정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까지 서울시 부동산광장에 등록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총 42건이다. 이 가운데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전용면적 45㎡ 이하 혹은 3억원 이하 거래를 제외하고 아파트 거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는 23건의 거래 중 절반 이상은 신고가 거래였다.
신고가 거래는 서울 전 지역에서 면적과 가격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2차현대홈타운 전용면적 59㎡는 이달 5일 14억원(1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작년 9월 11억9000만원(17층)에서 11월 12억원(14층)으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6월 13억원(5층)을 돌파한 뒤 최근 14억원으로 오르는 등 쉬지 않고 상승했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59.92㎡는 지난 6일 8억6800만원(14층)에 거래돼 기존 신고가 기록을 깼다. 해당 면적은 작년 5월 6억5000만원(6층)에서 8월 7억5000만원(17층), 12월 8억1000만원(15층)으로 오른 뒤 올해 6월 8억5000만원(8층), 7월 8억6500만원(7층) 등으로 오르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7월 이후에는 8억4000만∼8억65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다 최근 기존 신고가에서 300만원 더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도심 지역에 있는 종로구 숭인동 종로센트레빌 114㎡도 6일 10억원(4층)으로 신고가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억원이 올랐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 45㎡는 3일 4억7천만원(13층)에 팔려 5월 4억2000만원(15층)에 신고가 거래된 뒤 5000만원 더 오른 값에 계약서를 썼다. 같은동 상아 84㎡도 6일 8억원(9층)에 신고가 거래를 마쳐 직전 신고가인 5월 6억9900만원(3층)과 비교하면 1억원 넘게 올랐다.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라이프 59.04㎡는 2일 4억5000만원(15층)에 계약서를 썼다. 작년 5월 2억5000만원(6층)에 불과했던 이 아파트는 올해 2월 3억8000만원(7층), 7월 4억1000만원(18층) 등으로 크게 오르며 연이어 신고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아 84.87㎡의 경우도 6일 8억6000만원(16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작년 11월 말 처음으로 7억원(11층)을 넘겼던 것을 생각하면 1년도 안 돼 1억6000만원이 뛰었다.
이밖에 구로구 개봉동 거성푸르뫼1 84.96㎡는 3일 5억원(10층)에, 강서구 방화동 길훈 51.28㎡는 5일 5억7000만원(4층)에 각각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고, 성북구 정릉동 정릉대주파크빌 104.65㎡는 5일 6억3000만원(4층)에 역대 최고 가격에 거래됐다.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한 거래도 있다.
용산구 이촌코오롱(A) 59.82㎡는 5일 13억7000만원(3층)에 계약서를 썼다. 신고가인 9월 14억원(10층)보다 3천만원 빠진 금액이지만, 통상 10층과 3층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수천만원 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해당 평형은 작년 2월 9억원(2층)에 불과했는데, 5월 10억4000만원(15층), 6월 11억4500만원(8층), 10월 12억원(11층)으로 올랐고, 올해 6월 12억3000만원(12층), 7월 13억원(18층), 8·9월 14억원에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최근 거래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7000만원 뛴 것이다.
노원구 하계동 장미(시영6) 54.02㎡ 역시 6일 5억4900만원(3층)에 거래돼 9월 5억6800만원(10층) 신고가 거래보다 1900만원 내렸다. 이 역시 3층과 10층이라는 층수 차이를 고려하면 하락이라 말하기 힘들다. 작년 11월 처음 4억원을 넘은 이 아파트는 올해 6월 4억4700만원(4층)에 거래돼 3∼4개월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가격이 크게 빠져 거래된 아파트도 있다.
동작구 대방동 대림아파트 84.92㎡는 7일 11억7500만원(1층)에 거래되며 9월 12억9000만원(5층)보다 1억원 넘게 떨어졌다. 낙폭이 크지만, 이 거래 역시 최근 거래된 아파트 층수가 1층인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크게 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렸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 164.99㎡도 5일 30억원(47층)에 매매 계약서를 써 7월 31억4500만원(9층)에 신고가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4500만원 떨어졌다. 다만, 이 아파트는 작년 6월 24억4000만원(28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5억6000만원이나 비싼 것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최근 서울 집값은 관망세가 강하지만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입주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고,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는 전셋값 급등에 매매 수요가 생겨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