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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애시앙·포레나·안단테…여기 한국 맞나요?

    입력 : 2020.10.09 16:31 | 수정 : 2020.10.10 08:14

    [땅집고]건설사들의 고급화 전략에 따라 아파트 브랜드를 외래어·외국어로 지으면서 우리말 이름을 가진 아파트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땅집고] 경기 화성시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아파트. /카카오맵

    9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안에 드는 건설사 가운데 주거 단지 상표명(브랜드명)에 우리말만 사용하는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아파트명에 순우리말 상표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영주택(사랑으로), 코오롱건설(하늘채), 금호산업(어울림)도 각각 '애시앙', '더 프라우', '리첸시아'라는 외국어 상표명을 보유하고 있다. '꿈에그린'이라는 순우리말 상표로 유명했던 한화건설은 지난해 8월 '포레나'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하고, 기존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를 포레나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는 모두 외국어·외래어나 한자다. 삼성물산 '래미안',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디 에이치'와 '힐스테이트', 대림산업 'e편한세상'과 '아크로', GS건설 '자이', 포스코건설 '더샵', 대우건설 '푸르지오'와 '푸르지오써밋',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롯데건설 '롯데캐슬'과 '르엘', SK건설 'SK뷰' 등이다.
    중견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호반건설 '베르디움'과 '호반써밋, 태영건설 '데시앙', 반도건설 '유보라', 효성중공업 '해링턴 플레이스', 두산건설 '위브'와 '더 제니스', 우미건설 '린', 쌍용건설 '예가'와 '더 플래티넘', 한라 '한라비발디', 서희건설 '스타힐스' 등이 있다.

    심지어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마저 기존 주거 상표였던 '뜨란채', '천년나무'를 대체할 목적으로 '휴먼시아'나 '안단테'와 같은 상표를 개발해 외국어·외래어 작명에 가세했다.

    특히 최근 들어 시공사들이 주거 단지의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단지명에 애칭(펫 네임)을 붙이는 현상이 가속하면서 우리말 단지명이 설 자리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교육 환경은 '에듀', 숲은 '포레스트', 공원은 '파크', 친환경은 '에코', 한강 변은 '리버', 호수는 '레이크'를 단지명에 조합해 사용하는 식이다.

    또 다수의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하는 공동 시공(컨소시엄)이나 차별화·고급화를 부각하기 위해 주택 상표가 빠지는 단지명에도 예외 없이 외국어나 외래어 조합이 사용된다. HDC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2018년 연말 9510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탄생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가 대표적인 경우다.

    [땅집고]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 입구./박기홍 기자

    단지명은 집값과 직결되며 외국어·외래어를 차용한 아파트 작명은 고급화·차별화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탓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들의 주거 브랜드 출시가 크게 유행한 2000년대 초반에는 단지명이 영문, 한문, 한글 등으로 다양한 편이었다"면서 "2010년대부터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구성이나 브랜드 고급화·차별화 전략에 따라 주거 상표에 외국어가 등장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서서히 허물어질 기세다. 국어문화원연합회 '아파트 이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내국인 1000명 가운데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 이름을 직접 결정한다면 영어·외국어 이름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5%에 그쳤다. 반면 '우리말 이름의 아파트를 선택하겠다'는 절반 가까운 49.1%에 달했다.

    아파트는 외국어 이름이어야 잘 팔린다는 통념과 다르게 국민 다수는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로 된 아파트 이름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말 주거 단지명이 촌스럽다는 인식으로 외국어 작명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제는 반대로 외국어·외래어 단지명이 범람하고 불편까지 초래하는 상황"이라며 "외국어·외래어 단지명이 고급화·차별화한다는 인식은 점차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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