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09 04:37
[땅집고] 최근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스타트업 등 작은 기업을 위한 이른바 ‘섹션 오피스’ 분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섹션 오피스란 대형 오피스 내부를 10평 미만에서 수백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로 쪼개 놓은 것을 말한다. 2000년대 중반 IT(정보기술) 중심으로 창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최근엔 기업 소형화 추세가 다시 확산하면서 섹션 오피스 공급도 증가세다. 업계 관계자는 “섹션 오피스는 사무실을 작게 시작했다가 사세 확장에 맞춰 공간을 쉽고 빠르게 늘릴 수 있어 향후 성장 기대치가 높은 기업들이 자주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유행하는 위워크 등 공유오피스는 대형 임차인이 건물 전체 또는 일부 층을 통째 빌린 뒤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작게 쪼개서 기간제로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 2000년대 중반 도입…1인 기업 증가로 주목
섹션오피스는 작게는 전용 20㎡대, 크게는 300㎡대 이상에 이르기까지 면적이 다양하다. 빌딩 전체를 통째로 거래하는 것이 아닌 호실별로 공간을 나눠 거래한다.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형 빌딩 소유주들이 소형 임차인을 꺼리는 상황에서 테헤란로에 입주하고 싶은 소기업이 늘어나면서 큰 공간을 잘게 쪼갠 섹션오피스 선호도가 높아졌다.
최근 섹션오피스가 다시 증가하는 이유는 1인 기업이나 소형 법인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종사자 수가 5인 미만인 기업이 2019년 기준 약 28만개로 2년 전보다 3.5%(9400여개) 증가했다. 전체 종사자 수를 합하면 2018년 60만8000여명에서 73만4000명으로 12만6700명이 늘었다.
■ 오피스텔보다 공간 효율성 높아…안정적인 법인이 임차
5인 이하 소기업은 큰 사무실이 필요없다. 주로 오피스텔과 섹션 오피스를 사무실로 많이 쓴다. 오피스텔의 경우 사무실과 주거 기능이 결합된 장점이 있다. 혼자서 사무공간 겸 집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숙박이 필요없다면 사무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쓸 수 있는 섹션 오피스가 효율적이다.
섹션 오피스는 오피스텔과 비교해 공간 효율성도 높다. 오피스텔은 전용률이 평균 50% 미만이다. 여기에 화장실·주방 등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도 있다. 실제 오피스로 사용하는 면적은 평균 30%대로 줄어든다.
하지만 섹션오피스는 평균 전용률이 50% 이상이면서 그 면적을 모두 다 오피스로 사용할 수 있다. 공급면적이 같아도 오피스텔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실사용 공간이 넓은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오피스텔과 오피스가 동일한 가격으로 분양했다면 투자 수익률이 훨씬 높아진다. 섹션 오피스는 잘게 쪼개서 분양하고 내부 마감설비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오피스텔보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섹션 오피스 임차인은 개인보다 법인이 대부분이다. 법인은 상대적으로 임차 안정성이 높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장기간 사용한다. 따라서 공실 기간이 줄어 임대수익률이 올라가고 잦은 임차인 교체에 따른 거래 비용 감소 효과도 있다.
■ 리모델링 힘들고 주차장은 크게 부족
섹션 오피스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많다. 일단 대형 오피스에 비해 편의시설과 주차장이 부족하다. 오피스텔과 비교하면 투자자가 제한돼 환금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공실률 측면에서 섹션 오피스가 대형보다 더 취약한 편이다. 최근 대형 오피스들이 이른바 렌트프리(공짜 월세) 기간을 늘리면서 예전보다 소형과 대형 오피스 간 임대료 차이도 줄었다.
심형석 미국 SWCU교수는 “예전에는 우량 관리회사가 제대로 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대형 오피스 선호도가 높았고, 임대료도 비쌌다”면서 “단일 주체가 관리하는 빌딩이 아니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특성을 파악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