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09 04: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약 7개월이 흐른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침체 여파로 전국 내로라하는 상권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거리뷰를 활용해 살펴본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코로나 이후 서울 상권] ①글로벌 브랜드도, 외국 관광객도 떠난 가로수길
[코로나 이후 서울 상권] ①글로벌 브랜드도, 외국 관광객도 떠난 가로수길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들어서자 지상 4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모든 층이 텅 비어있었다. 코로나 사태 발생 1년 전인 2019년 1월만 해도 유명 화장품 매장과 한정식집, 레스토랑 등이 영업했던 곳이다. 부동산 임대업계 관계자는 “약 넉 달 전부터 입점했던 매장이 전부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는 “(이 건물이)이렇게 오랫동안 공실로 방치된 건 처음본다”면서 “성형외과 같은 병·의원으로 적합한 건물인데 코로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
가로수길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200m지점에 위치한 기업은행부터 북쪽으로 신사중학교까지를 말한다. 왕복 2차로 양편 가로수길 메인 거리의 모습을 2019년 1월과 비교해 봤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핫 플레이스였던 가로수길은 온데간데 없었다. 걸어서 10분 남짓한 670m 구간에 공실로 확인된 1층 점포만 14 곳에 달했다. 건물 벽면이나 전면 유리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가로수길은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홍보 효과가 뛰어나 서울 중구 명동과 더불어 대표적인 ‘안테나 숍(소비자 선호도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매장)’ 상권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명성이 무색하게 대기업이나 글로벌 브랜드 매장도 지금은 모습을 감췄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가로수길 초입 ‘올리브영’과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했던 건물은 현재 2개층이 모두 비어있다. 패션 브랜드 ‘게스(GUESS)’ 매장도 2015년 입점 이후 5년 만에 철수하면서 공실로 방치된 상태다.
불과 2~3개월 전까지 영업을 하던 스포츠 의류 매장 2곳과 지상 5층 규모 SPA 브랜드 매장, 캐릭터 숍도 문을 닫았다. 늘 북적이던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이후 철저하게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눈에 띄게 한산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공실이 길어지고 있지만 임대료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 가로수길에서 최근 28㎡(약 8.5평) 점포가 보증금 6000만원, 임대료 600만원에 임대차계약했다.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권리금은 1000만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임대료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노창희 리맥스 부사장도 “가로수길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던 우량 임차인조차 높은 임대료에 비해 상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철수하는 추세”라면서 “그런데도 건물 매매가격엔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왜 그럴까. 노 부사장은 “건물주 입장에선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다시 예전 임대료 수준에 임차인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고 우려하는 상황인데, 문제는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윤정 땅집고 기자 choiyj9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