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여긴 망하기 힘들죠"…코로나에도 외려 점포 늘어난 상권

    입력 : 2020.10.06 04:42

    [땅집고] 지난 22일 오후 6시쯤 경기도 안산시 중앙로사거리. 지하철 4호선 중앙역 1번 출구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자, 중앙역 로데오거리 상가 주변에 20~30대 직장인들이 북적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상권과 달리 문을 닫은 점포는 거의 없었다. 식당마다 대부분 손님들로 들어차 있었다. 중앙역 인근 M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유동 인구가 조금 줄었지만 다른 곳에 비해 상권에 활기가 넘치는 편”이라고 했다.

    [땅집고] 퇴근시간 무렵 안산시 중앙역 로데오거리 상권. /전현희 기자

    안산을 대표하는 중앙역 로데오거리 상권은 코로나 사태에도 별다른 위기 없이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올 들어 점포 수가 더 늘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산 중앙역 인근에는 작년 7월 1179개였던 점포가 1년새 1291개로 늘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경기 둔화와 코로나 사태가 겹쳐 대부분 상권에서 점포 폐업 사태가 벌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1984년 안산시가 개발되면서 함께 형성된 중앙역 로데오거리 상권은 1990년대부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4호선 중앙역이 개통하면서 안산 최대 상권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역 로데오거리 상권의 최대 강점으로 두터운 배후 수요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집중되는 구조를 꼽는다. 계획도시로서 주거 지역, 핵심 교통시설, 상권의 공간 배치가 이상적인 데다 주변에 경쟁할 만한 대형 상권도 없다는 것이다.

    ■ 코로나 사태에도 매출·점포 수 오히려 늘어

    [땅집고] 중앙역 상권에는 숙박시설, 술집, 식당 등이 빼곡하다. /전현희 기자

    안산 중앙역 상권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유흥주점 등 일부 업종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점포는 말 그대로 코로나 무풍지대다. 일본 가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매출 변화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이 가장 컸던 음식점도 중앙역 상권에서는 오히려 신규 점포가 생기면서 더 늘었다. 지난해 7월 515개에서 올 7월552개가 됐다. 다른 업종도 비슷하다. 중앙역 상권에 들어선 편의점 20여 곳의 경우 올 8월 매출이 지난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4% 가량 늘어난 곳도 있다.

    임대료나 권리금도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W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일부 이면도로 점포 권리금은 살짝 빠졌지만 대로변은 여전히 임대매물이 귀해 권리금도 높게 형성돼 있다”며 “1층 전용면적 99㎡ 기준으로 2년 전 권리금이 1억~4억원 안팎이었는데 현재 권리금은 3억~5억원 정도 된다”고 했다.

    ■ 중앙역 가는 유일한 길목…소비수요 안 빠져나가

    안산 중앙역 상권 남·북측에는 각각 1만5000가구 정도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다. 대학교도 남·북쪽에 각각 하나씩(서울예대와 한양대 안산 캠퍼스대) 있다. 서쪽으로는 안산시청과 각종 기업체 안산지점이 입주한 업무지구가 있다. 가장 큰 입지적 장점은 바로 4호선 중앙역이 길건너에 있다는 것. 안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기는 유일한 경로가 4호선 중앙역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퇴근길 직장인 대부분이 중앙역 상권을 지날 수밖에 없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주거지역이나 업무지구, 지하철역으로부터 접근성이 워낙 좋아 특별히 외부 유입이 없어도 고정 수요가 확보돼 있다”고 했다.

    [땅집고] 코로나 사태에도 중앙역 이면도로 일대 식당은 매출에 타격을 입지 않았다. /전현희 기자

    중앙역 상권은 주된 소비인구인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먹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전체 1291개 점포 중 음식점 552개, 여가오락업 101개, 소매업 316개, 생활서비스업 170개 등이다. 김영갑 교수는 “중앙역 상권은 안산에서 유일하게 술집, 식당, 카페는 물론 숙박·유흥시설까지 모두 갖춰 이른바 연계 소비를 하기 쉽다”며 “주변 거주자뿐 아니라 안산시 전역에서 방문객이 모이는 ‘지역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들을 보고 실력있는 자영업자들도 계속 들어온다”고 했다.

    ■ 배후 수요 뺏길 가능성 낮아… 신안산선 개통 효과에 주목

    [땅집고] 안산 중앙역 로데오거리 위치. /네이버 지도

    안산 중앙역 상권은 특유의 지리적 여건 때문에 주변에 경쟁 상권이 출현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강점이다. 서쪽이 바다로, 나머지 3면은 산으로 막혀 있어 도시 확장이 어렵다. 그만큼 중앙역 상권이 배타적 독점성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셈이다. 도시 안에 상업지구가 새로 생길 공간도 거의 없다. 생긴다고 하더라도 중앙역을 능가할 만한 입지와 업종 구성을 갖춘 광역상권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같은 계획도시라고 해도 일산과는 대조적이다. 일산은 땅이 워낙 넓어 곳곳에 새로운 상권이 생기고, 수요가 분산되면서 구 상권과 신 상권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 여건의 변화가 향후 상권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역에는 지난 12일 수인선이 개통해 수원·분당 지역 접근성이 좋아졌다. 2024년에는 신안산선이 개통해 서울(여의도) 접근성도 크게 좋아진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중앙역에 4호선·수인선·신안산선 등 3개 노선이 지나면 외부 유동인구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서울 등 주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빨대 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