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02 10:05
땅집고가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책은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이 펴낸 ‘실패로 풀어보는 재테크 호구 탈출(텔루스)’입니다.
[땅집고 북스] ③대기업 은퇴 후 지식산업센터 투자한 C씨
[땅집고 북스] ③대기업 은퇴 후 지식산업센터 투자한 C씨
대기업 이사 출신인 C씨는 퇴직 1년 전인 2018년 지인 권유로 수도권 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 2실을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각각 1억6000만원으로 총 3억2000만원. 은퇴 후를 대비해 모아 둔 1억2000만원에 대출 2억원을 보태 투자했다. 당시 분양 상담사는 “준공 후 월세를 85만원씩 거뜬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수익률로 치면 연 6.4%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준공한 이 지식산업센터는 1년이 넘은 아직도 비어있다. 알고보니 주변에 비슷한 지식산업센터 10개 동이 준공했고, 앞으로도 수십 동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상황이었다. 서로 연관 있는 기업과 기관들이 모여 실리콘밸리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엔 산업클러스터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았다. 각종 대기업과 협력회사, 연구소, 정부기관, 대학교 등이 들어오려면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였다.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한 C씨는 공실 장기화 전망에 망연자실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도 C씨의 지식산업센터 투자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 실패 원인을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1.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 투자처럼 착각했다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은 비슷한 임대사업으로 보이지만 수요층이 분명히 다르다. 주거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는데다 상업시설이 발달한 이른바 더블 역세권에 분양가격도 합리적이라면 거의 투자불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인 가구에게 직장이나 사무실은 필요 없어도 잘을 잘 수 있는 주거시설은 필요하다. 실제로 오피스텔에서 소호(SOHO) 사업을 하거나 재택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지식산업센터는 세입자 범위가 사업자로 한정돼 수요층이 훨씬 협소하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인 세입자들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개인 세입자는 갑자기 수입이 단절돼도 통상 1년치 월세 금액은 보증금으로 담보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2.공실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신도시의 경우 당장은 허허벌판이지만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신축 상가에 투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년간 공실이 나거나 낮은 월세로 버틸 것을 각오하고 선투자하는 것이다. 이후 10년 정도 지나면 제대로 된 상가 임차인이 자리잡는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다양한 근린생활시설 업종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C씨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원금 이상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퇴직 후 곧바로 생활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재테크를 했다면 이 같은 투자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3.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투자 규모가 과다했다
환금성이 없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대출은 능력 범위 안에서 받아야 한다. C씨는 대기업 이사 출신이지만 임원 기간이 짧아 비교적 소액인 1억원대 퇴직금을 받은 상태다. 이마저도 이미 자녀 뒷바라지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실 장기화 상황에서 관리비에 대출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카드론과 같은 질 낮은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기 자본만으로 가능한 1실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다만 C씨에게 위안이 되는 건 해당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선 지역은 인구 유입이 빠르며 GTX(광역급행철도)와 전철 노선이 개통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교통 허브가 될 대형 호재가 있는 입지여서 몇 년간 버틸 수 있다면 기대보다 낮더라도 수익이 발생하거나 되팔 기회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