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25 04:08
서울 구로구 ‘칸타빌레8차’ 오피스텔. 지난달 31일 총 360실에 대한 1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단 96명이 청약해 전체 가구 수의 73%가 미분양됐다.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까지 걸어서 3분 걸리는 초역세권 입지인데도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 분양한 오피스텔 6곳이 모두 ‘완판’된 것과 딴판이다.
서울을 제외한 경기도와 다른 지방 오피스텔 분양 결과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인천 남동구 ‘이안 논현 오션파크’는 380실 분양에 23명,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미추홀 더리브’는 320실 분양에 59명, 광주 서구 ‘센트럴 광천 더 퍼스트’는 345실 분양에 9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최근 한 달 동안 전국에 분양한 오피스텔 단지 총 5곳이 모두 청약 미달됐다. 올해 들어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이 평균 145대 1, ‘힐스테이트 여의도 파인루체’가 평균 18.5대 1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오피스텔 분양 열기가 뜨거웠는데, 이 같은 분위기가 확 식어버렸다.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시행하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다”고 입을 모은다.
■‘취득세율 중과’ 영향으로 오피스텔 거래량 반토막
지난 2~3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아파트를 중점적으로 규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8월 11일 이후 취득한 오피스텔도 규제 대상에 편입됐다. 이때 타격이 큰 법 조항은 주거용 오피스텔을 보유할 경우 아파트와 똑같이 주택 수에 포함해 추가 주택 취득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중과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무실 등 상업용 오피스텔이나 분양권 상태의 오피스텔이라면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단, 주택 수에 포함하는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그 오피스텔을 취득할 때 취득세는 현재와 동일한 건축물 취득세율(4%)을 적용한다. 이광영 행안부 부동산세제과 사무관은 “현황 과세하는 재산세와는 달리 취득세는 공부(건축물대장)를 근거로 과세하는데 취득 시점에는 해당 오피스텔이 주거용인지 상업용인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추후 용도와 상관없이 동일한 취득세율(4%)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 오피스텔이 주거용이라면 취득세를 산정하는 보유자의 주택 수에 포함해 다른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율 중과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해 취득세율을 중과세한다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기존 오피스텔 거래도 뚝 끊겼다. 5월 3294건, 6월 4574건, 7월 4636건 등이었던 오피스텔 거래량이 8월에는 2233건으로 전달 대비 반토막 났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역세권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최모(27)씨는 “지난 7월 초 집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투자용 매입을 고려하는 50대 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여러 팀이 집을 보러 왔다. 그런데 개정안을 적용하는 8월 중순부터는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라고 했다.
■미분양·계약해지 오피스텔 속출에 건설사들 ‘멘붕’
오피스텔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면서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청약자 수는 6월 8만9105명, 7월 3만3197명에서 8월 205명으로 곤두박질했다. 같은 기간 평균 청약경쟁률도 ▲6월 14.2 대 1 ▲7월 13.3 대 1 ▲8월 0.1 대 1로 추락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칸타빌레8차’, 인천 ‘이안 논현 오션파크’, 광주 ‘센트럴 광천 더 퍼스트’ 등 전국 곳곳에서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이 미분양된 오피스텔 단지들이 줄줄이 나왔다.
오피스텔 업계에 따르면 6~7월 분양 흥행했던 오피스텔 단지더라도 계약 해지를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주택을 추가로 매수할 계획이 있는 수분양자들에게는 취득세율 중과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오피스텔을 덜컥 분양받고 계약금 일부를 송금했는데 계약을 파기해야겠다”라며 계약금 환불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자 미분양 오피스텔 통매각 매물도 나오고 있다. 시행사인 A가 대표는 “최근 한 건설사로부터 ‘30% 정도 분양된 오피스텔이 있는데, 대폭 할인해줄테니 미분양분을 임대주택사업 용도로 매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취득세율 중과가 부담스러워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섭 에이피앤파트너스 대표는 “오피스텔 분양률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오른다. 시행사들은 이 기간을 고려해 금융비용을 책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아무런 적응기간 없이 세법이 바뀌어버리니 쏟아지는 미분양 물량에 상황이 어려워진 회사들이 많다”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오피스텔이 규제로 묶이자 아직 주택으로 분류하지 않는 생활형 숙박시설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번 정부가 ‘땜질식 규제’를 내놓아봤자 한계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