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24 04:54
[땅집고]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역. 지난12일 개통한 인천행 수인선 개통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수원역 승강장에 들어서서 인천행 열차 시간표를 보니 배차 간격은 25~32분 정도로 표시돼 있었다. 주중 낮시간 지하철에 탑승해 보니 좌석에는 승객이 가득했지만 서 있을 자리는 충분했다. 수원에서 인천역까지 가는 데 소요시간은 약 70분으로, 기존 1호·4호선 환승시보다 20분 정도 줄었다. 인천에 있는 병원에 간다는 승객 이모(65)씨는 “배차 간격이 길어도 한 번에 가는 노선이 확실히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기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분당선’(수인선)이 완전 개통했다. 수인선이 지나는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오목천동 등이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주거지는 물론 수원 산업단지, 안산 공업단지 등이 있어 교통 수요가 많았지만, 지하철 교통망이 부족해 수인선 개통이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수인선 개통 효과로 수인분당선 신규 역 인근 아파트 가격은 1~2년 사이 5000만원~1억원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 등 주요 업무지구와 직접 연결하는 전철 노선과 비교하면 한계도 뚜렷했다.
■ 인천에서 수원으로 55분만에 갈 수 있어 25분 단축
수인선은 1937년 일제 시대에 미곡 운송용으로 만든 협궤열차(궤도 폭이 표준인 1435mm보다 좁은 762mm)였다. 승객 감소로 폐선했다가 인천·경기 남부지역 도시 개발과 함께 현대적 도시철도로 재탄생했다. 분당선이 끝나는 수원역에서 연결되는 구간으로 2004년 12월부터 3단계로 나눠 공사를 시작했다. 1단계(오이도~송도) 구간은 2012년 6월, 2단계(송도~인천)구간은 2016년 2월 각각 개통해 운영 중이다. 이번에 개통한 3단계 구간은 수원~고색~오목천~어천~야목~사리~(안산)한양대 앞 구간 19.9km다. 수인 3단계 개통은 수원에서 출발해 화성·안산·인천 등 경기 남부를 동서로 잇는 유일한 노선으로 의미를 갖고 있다.
■ 최근 5년간 꿈쩍않던 아파트 값도 올라…신축은 더 가파르게 상승
수인선 개통 이후 주로 경기 수원시 권선구·안산시 중앙동 등에 오래된 주택 단지들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설역인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고색역 인근 태산1차 아파트(전용 59㎡)는 지난 5년 간 1억7000만~1억9000만원 사이에 머물던 가격이 지난 7월 2억3300만원으로 올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고색동 ‘우림필유’ 84㎡도 지난 7월 3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전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오목천동(수원시 권선구) 오목천역 인근 아파트값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수인선 개통의 효과 자체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 남부권의 지역들을 연결하면서 이동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수인분당선은 출퇴근시간 배차간격이 20분인데 이는 그만큼 수요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소득 직장인들이 밀집한 강남, 광화문, 여의도 수요를 끌어들일 수 없어 현재 오름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인선 신설역 인근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중앙역) 일대였다. 고잔동 푸르지오3차 아파트 71㎡는 지난 1월 3억65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 8월 4억8000만원에 팔리며 1억 2500만원 올랐다. 그러나 이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수인선보다는 2024년 개통이 예정된 신안산선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고잔동 K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안산선이 개통하면 여의도와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로 이어져 수인분당선 쪽으로 고소득 직장인 수요를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대표는 “전철 개통의 효과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개통 자체보다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업무지구 수요와의 접근성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