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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미국 부동산시장에 가져온 희귀한 현상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0.09.19 04:44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팬더믹이 만들어 낸 임대시장 뉴 트렌드

    [땅집고] 미국에서 주택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샌프란시스코 도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팬더믹 앞에 항상 붙는 형용사가 있다. 바로 ‘유례없는, 전례없는’으로 해석되는 ‘unprecedented’. 코비드19로 인한 팬더믹 현상을 분석하는 기사마다 이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팬더믹은 이전에 없던 일이다. 사례를 찾아볼 수 없어 더 충격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상식과 개념까지 흔든다. 이는 부동산에도 적용된다. 주거 임대시장에 대한 기본 상식도 뒤집히고 있다.

    ■주거 임대시장의 법칙 흔들리나

    주거 임대시장에는 법칙이 있다. ‘도심은 비싸고, 외곽은 싸다’는 것. 사람이 몰리는 도심은 가격이 높고, 그렇지 못한 외곽은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임대료 상승률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가 도심을 선호하면서 지난 몇 년간 동부와 서부 중심으로 도심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지만 팬더믹이 도심과 외곽의 임대료 격차를 줄이고 있다.

    [땅집고] 미국 내 100대 지역 임대료 시세 추이. /점퍼

    주택임대 전문회사인 점퍼(Zumper)가 최근 발표한 ‘임대시장 톱 1OO’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원 베드룸(one bedroom) 임대료 중간가격은 1233달러로 전달 대비 0.3%,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 투 베드룸(two bedroom)은 1493달러로 전달 대비 0.6%, 전년 대비 1% 상승했다. 전체 톱100개 임대시장 중 60개는 그래도 임대료가 올랐다. 그 중 12개 시장은 10% 이상 상승했다. 팬더믹 아래에서도 평균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 따라 온도차가 크다. 놀라운 사실은 역사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도시들은 싸지고 저렴한 도시들은 올라갔다는 것이다.

    ■‘스퀴징 효과’ 뚜렷

    점퍼는 “코로나가 미국 임대료에 스퀴징 효과(squeezing effect)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비싼 도시와 저렴한 도시 간의 임대료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임대료가 비싼 상위 10개 도시는 대부분 임대료가 하락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는 샌프란시스코, 지난 7월 말 기준 원 베드룸 아파트는 3200달러, 투 베드룸은 4210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전년 대비 11% 이상 가격이 내렸다. 두 번째 비싼 시장은 뉴욕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 하락했다. 톱 10도시 중 가격이 내리지 않은 곳은 마이애미뿐이다. 반대로 가장 임대료가 저렴한 10개 도시 중 오클라호마 털사를 제외하곤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임대료가 상승했다. 원 베드룸은 전년 대비 평균 5.2% 상승했다. 디트로이트는 15% 가량이나 올랐다.

    [땅집고] 코로나 팬더믹 이후 미국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오른 도시는 디트로이트였다. 사진은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게티이미지뱅크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팬더믹이 불러온 인구의 이동이다. 인구 밀도가 높아 감염 위험이 큰 도심보다 외곽 지역을 더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 재택근무가 늘면서 꼭 직장이 있는 도심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팬더믹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정착되면 대도시를 떠나는 현상과 이에 따른 도심지의 임대료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임차인 20%는 임대료 못내

    팬더믹은 임대 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원인은 같아도 발생 가능성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인종과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다. 실업률이 임대 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다만 강화된 실업 수당과 임대료 보조, 퇴거 유예(eviction moratoria) 등의 조치가 이를 일시적으로 막고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기준 미국 임차인의 20%가 임대료를 못 냈거나, 임대료 유예를 신청했다. 이를 흑인 가정으로 한정하면 비율은 30%로 올라간다.

    문제는 미국인들의 저축이나 소득이 임대료를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장을 잃는 즉시, 혹은 보조금이 끊기는 즉시 위기에 내몰릴 사람이 많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가구의 37%는 응급상황에 사용할 현금으로 400달러 이하를 갖고 있다. 주택연구 조인트 센터에 따르면 2018년 실업률이 최저점을 찍을 때도 약 2100만명의 임차인은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 등 주거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주거비용 비율이 소득의 50%를 넘었다. 그만큼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임대 아파트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자산만 놓고 보면 안정적

    전체적으로 임대 아파트는 자산만 놓고 보면 다른 자산에 비해 안전하다. 지난 6월 기준 이자를 내지 못해 디폴트에 빠진 아파트 관련 담보 대출은 2% 미만이다. 리테일(14%), 호텔(20%)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임대 아파트 투자 관련 리츠들도 팬더믹 아래서도 기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땅집고] 미국 아파트 임대료 징수율 현황. /NMHC

    NMHC(National Mutifamily Housing Council)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기준 아파트 임대료 장수율은 91.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93.4%)에 비해서는 약간 낮아졌지만, 안정적인 수준이다. 아파트 등급에 따라 징수율 차이가 발생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임대하는 클래스 A의 경우 징수율이 92%를 기록한 반면,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클래스 C의 경우 86.6%를 기록했다. 지역적으로는 뉴욕시가 가장 낮은 징수율을 보였다.

    도심과 외곽의 좁혀지는 임대료 격차, 소득별로 커지는 임대 주거 시장 위험도 모두 팬더믹이 심화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부동산 시장 흐름을 읽고, 신규 투자를 고려할 때 어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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