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18 07:18
[땅집고] 이르면 오는 2022년 부산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식 트램(노면전차) 운행이 시작된다. 부산 남구 경성대역에서 오륙도역을 잇는 오륙도선(총 길이 5.15km)이다. 오륙도선은 2022년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이기대역(이기대어귀삼거리)까지 1.9km 구간이 우선 개통할 예정이며 이기대역에서 오륙도역간 3.25km도 추가 검토 중이다. 오륙도역은 오륙도와 가까운 육지인 부산 남구 최남단에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트램 노선은 18개. 계획 중인 노선의 길이를 합하면 242.6km에 달한다. 고속철도(KTX)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노선 길이와 비슷하다.
트램은 철도교통법에 따라 ‘구축계획→기본계획→사업계획’ 단계를 거쳐 사업이 진행된다. 18개 노선 중 대전2호선, 위례선, 부산 오륙도선, 경기 동탄도시철도 등 4개 노선은 현재 기본계획 수립 단계로 상대적으로 추진 속도가 빠르다. 기본계획 단계에서는 노선과 정거장의 대략적인 위치를 정하거나 사업기간, 총 사업비를 추정해 사업성을 평가한다. 4개 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거나 광역교통개선대책에 포함돼 예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오륙도선에 이어 위례선이 빠르면 2024년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8호선 복정역까지 5.4km를 연장하는 노선이다. 대전 2호선은 서대전역∼정부청사∼유성온천역∼진잠∼서대전역을 지나는 순환선으로 총 37.4km다. 경기 화성 반월동~오산시(14.82km), 병점역~동탄2신도시(17.53km) 등 2개 구간에 걸쳐 정거장 34개를 설치하는 동탄 도시철도(트램)도 2024년 이후 개통할 전망이다. 나머지 14개 노선은 지자체별로 계획만 수립한 단계다.
정부·지자체가 트램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다. 트램 공사비는 1km당 220억~250억원 정도다. 지하철은 1000억~1300억원, 경전철은 350억~500억원 수준이다. GTX(광역급행철도)나 지하철 노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과 연계해 추가적인 교통망을 구축할 때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트램은 지상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버스만큼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전기나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여 오염물질 배출도 적은 편이다.
■ 사업성 예측 어려워…기존 도로 사정도 고려해야
트램은 단점도 있다. 국내에서 아직 한 번도 시행한 경험이 없어 사업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섣불리 투자하기 어렵다. 최근 김해시와 용인시, 의정부시가 무리하게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다가 예상보다 이용자가 없어 지자체 재정이 파탄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철도형 인프라는 건설비도 많이 들지만, 일단 건설하면 운영비가 연간 수십~수백억원씩 들어간다.
올 1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 입찰 공고를 낸 화성 동탄 트램사업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화성시의회에서 동의하지 않았다. 연간 80억원이 넘는 운영비와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경남 창원시 또한 2011년 트램 사업을 추진해 예비타당성 심사까지 통과했지만 막대한 재정이 든다는 이유로 결국 포기했다.
트램은 지상 교통 체계에 영향을 주는 교통 수단이라는 단점도 있다. 도시를 처음 건설할 때 없던 교통 체계를 추가하면서 기존 도로 사정과 맞지 않으면 아예 도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영종내부순환선1단계 노선은 영종하늘도시~운서지구~인천공항제2역객터미널 구간을 운행할 예정이다.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 3월 인천공항 구간 활주로 지하로 트램이 통과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해당 구간 노선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은 트램 운영 경험이 없어 데이터도 부족하다”며 “전국적으로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기보다 순차적으로 경험을 쌓아 가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