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14 04:00
[땅집고] 31일 오전 인천 영종도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중구 운서동. 널찍한 벌판 위로 타워크레인이 보였고, 공사 현장 입구에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신축공사 현장’이라는 간판이 서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의 제2터미널 북서쪽인 국제업무지구(IBC) 3단계 지역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 현장이다. 흙깎기, 터파기 등의 토목공사 단계를 끝내고 기초공사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공사장 멀리 2층 높이 철제 골조물도 보였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1조5000억원을 투입해 5성급 호텔 3동(1256실 규모)과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다목적 공연장), 실내 워터파크, 컨벤션 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쇼핑 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이 12% 수준이다. 건설 현장은 겉보기에는 잘 돌아가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시행사인 미국 카지노리조트 운영기업 MGE사는 리조트의 건설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공사비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업 시간이 늘어지는 상황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 미국에 거점을 둔 MGE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입국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금조달을 위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코로나 사태로 불확실해진 리조트 사업에 선뜻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시공사인 한화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공사는 늦어지고, 개장 일정도 밀리는 것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 확산하면서 자금 조달 관련 협의 문제 생겨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인천 영종도의 대규모 리조트 사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형 복합리조트 사업은 기본적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사업의 핵심 구조로 삼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국가간 이동이 제한돼 버려 사업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복합리조트 사업 현장마다 건설 공사 일정뿐 아니라 자금 조달 방식, 개장 시점 조절 등 사업 계획 전반을 수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 외국인만 출입 가능한 카지노 운영은 어려워지기 때문에 카지노가 계획된 복합 리조트 사업들이 전반적으로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라라고 말했다.
인천 영종도의 동쪽 초입의 ‘미단시티’에 추진 중이던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건설 공사도 반년 넘게 중단한 상태다.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는 중국 푸리그룹과 미국 시저스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50대 50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해 추진해왔다. 그러나 두 기업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공사비를 제때 조달하지 못했고,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올해 2월 공사를 멈추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처음 발생한 자금 문제는 코로나와 관계가 없지만,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해결될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리조트 사업 수익구조에 따라 엇갈린 희비
영종도에서 이미 개장해 운영 중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점 휴업 상태다. 4일에는 파라다이스 시티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 리조트 역시 수익의 90%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올리는데, 외국인 입국이 중단돼 리조트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수영장·사우나·찜질방과 어린이용 테마파크·클럽 등도 모두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 2월부터 임원급여 30~50% 반납, 직원 유급휴직 시행 등 사업 비용을 감축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던 복합리조트 사업은 코로나 영향에 따른 국내 관광객이 제주도로 몰리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제주도 북쪽 지역인 노형동에서 추진되고 있는 초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 ‘드림타워’ 사업은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 10월 준공하고 개장도 할 예정이다.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 이에 따른 집객효과를 기대하는 것.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는 코로나 여파로 사실상 수익이 거의 없을 것 본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호텔업은 호황일 것이라고 기대 중”이라고 했다./영종(인천)=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