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09 04:19
[땅집고] 남한강이 가로지르는 경기 양평군은 강변에 지은 전원 주택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실제 주택 유형 중 단독주택이 많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까지 양평군은 전체 주택 유형 중 단독주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아파트는 10%대에 불과하다.
이랬던 양평군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경의중앙선 양평역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 한화건설이 24층 높이 ‘포레나 양평’ 438가구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다. 서울이나 경기남부의 대규모 주택 사업 때 등장하는 도시개발사업이 양평에서 처음 시작된다.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은 ‘양평 도시개발구역 창대1지구’. 한화건설의 포레나 양평을 시작으로 창대 1·2지구 개발사업이 본격화된다. 양평군 도시개발구역 10개 단지에 총 5000여 가구가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수도권 외곽의 경기도 양평·이천·여주 지역에 잇따라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로 2시간 내외를 이동해야 했던 곳들이 철도·전철망의 속속 갖춰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수도권 외곽 개발 사업이 시작된 것은 최근 4~5년 사이 폭등한 서울 집값도 한몫했다. KB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평균 9억원을 돌파해 왠만한 직장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왔다. 서울의 높은 집값과 교통망 확충에 따라 수도권 외곽지역의 개발 사업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경강선 뚫리고 49층 아파트 들어선 여주시
지난해 12월 입주한 여주시 천송동 ‘여주 KCC스위첸’ 아파트. 고층 빌딩을 찾아보기 어려운 여주시 남한강변에 최고 49층 높이로 솟아 있어 여주시 어디서나 눈에 띈다.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섬과 동시에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전용 84㎡의 실거래 최고가가 3억4500만원(8월,19층)에 달한다. 입주와 동시에 여주 최고가 아파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곳에 초고등 주상복합 아파트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전철망 계통의 영향이 컸다. 서울 경계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30km 이상 떨어진 여주에는 2016년 판교에서 출발해 여주까지 닿는 경강선이 개통했다. 경강선을 타면 여주역에서 판교까지 40분이 걸린다.
판교에 직장을 두고 여주 KCC스위첸에 거주하는 윤모(39)씨는 “판교나 서울 강남에 10~20억짜리 집을 사면 투자가치도 있고, 교통도 편리하지만 수중에 가진 돈이 2억원 정도여서 이곳을 선택했다”며 “통근도 할만하고 주변 환경도 좋아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주 지역 중개사무소에선 경강선 개통 이후 판교 직장인들이 여주에 신규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판교역에서 경강선으로 6정거장 거리인 경기 이천시도 아파트 개발이 활발하다. 이천역 부근 61만㎡ 중리지구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나서 토지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2월 공동주택 용지 B1블록(4만9234㎡) 공급공고를 냈고 지난 5월 A2블록은 신안건설이, 지난 8월 B3블록은 금성백조주택이 확보했다.
■ KTX까지 놓인 양평, 서울역까지 40분대
양평도 서울로 가는 전철 교통망의 확장에 따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양평은 4~5년 전까지만해도 6번 국도가 거의 유일한 교통망이었다. 하지만 2014년 경의중앙선 양평역, 2017년 고속철도 KTX강릉선이 개통하며 서울을 오가기 훨씬 수월해졌다. 양평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용산행 급행을 이용하면 청량리역까지 50분대에 이동이 가능하다. 고속철도 KTX로는 청량리까지 20분대, 서울역까지는 40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광역교통비전 2030에 서울 송파~양평간 고속도로(27km) 건설사업을 포함하면서, 자동차 접근성 역시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현재 자동차로 양평군에서 서울 업무지구까지는 적어도 1~2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도로가 새로 놓이면 서울 송파에서 양평군까지 단 20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 또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2026년 개통 예정) 구간 가운데 남양주 화도~양평~이천 구간이 2022년 먼저 개통한다. 이곳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한화건설 관계자는 “2014년 경의중앙선 양평역 개통 이후 고속철도 KTX까지 놓이면서 서울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 덕분에 양평군에도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원래는 수도권 주택 수요를 전혀 흡수할 수 없었던 곳이었는데 전철이 놓이고 그 노선이 다른 전철과 이어지면서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며 “규제 지역인 안성이나 양주와 달리 양평군 등은 비규제지역인 점도 실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