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03 04:54
[땅집고] 최근 정부가 서울·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 방안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부동산·도시계획 컨설팅 업체 델코리얼티그룹의 최민성 대표는 글로벌 부동산 연구단체 Urban Land Institute(ULI)의 2018년 보고서의 미국 정책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주택 공급 방향을 제시했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임대아파트…도심 고밀개발 하는 美
글로벌 도시 부동산 연구단체 Urban Land Institute(ULI)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고밀도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임대아파트…도심 고밀개발 하는 美
글로벌 도시 부동산 연구단체 Urban Land Institute(ULI)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고밀도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ULI는 미국 대도시 내 주거 지구를 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성장과정에 따라 역사·경제적으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해온 ‘경제 센터(Economic Centers)’부터 준도심에 해당하는 ‘떠오르는 경제 센터(Emerging Economic Centers)’, 시설이 낙후되고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저개발 주거지구(Challenged Neighborhoods)’ 등으로 구성된다.
도심의 핵심 입지로 갈수록 주택 가격은 비싸고, 거주자들의 소득은 낮아 주거 부담이 크다. 미국 대도시의 연평균 가구당 수입은 도심 지역이 6만6000달러, 도심지역 월 평균 아파트 임대료는 1650달러다. 반면 외곽 지역은 연평균 소득이 8만9000달러, 월 평균 임대료는 1275달러였다. 외곽 지역 거주자가 수입의 약 17%를 임대료로 지출한다면 대도시 공동 주택이나 임대 아파트 거주자는 수입 중 30%를 임대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도심 지역에 몰린 수요를 해소하려면 도심 지역에 적정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기회 특구’ 투자할 땐 세금 100% 파격 감면
이에 따라 미국 대도시 임대 아파트 신규 물량은 도심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2017년 도심 지역 임대아파트 물량은 2010년 대비 32% 증가하고, 도시 가장자리는 16% 정도에 그쳤다. 이러한 임대 아파트 물량은 대부분 민간 사업자가 민간 부지를 개발해 공급한다. 정부는 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해 저렴한 양질의 임대 주택이 공급되도록 할 뿐이다.
동시에 침체된 ‘저개발 주거지구’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다. 미국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정부 예산 투자를 최소화하고 민간에 세금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본 유입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8년부터 8700개 저소득 지역을 기회 특구(Opportunity Zone)으로 선정해 이곳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소득세(법인세)를 최대 100% 감면하는 정책을 펼쳤다. 기회 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은 최소 5년에서 10년 동안 주택 공급이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에 드는 세금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기회라 아마존(Amazon)과 같은 기업들도 투자에 나섰다.
■교통체증·온실가스 키우는 신도시 개발 …“도심 개발이 우선”
ULI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 주거지역 개발 사례를 종합하면 도심을 중심으로 주택을 고밀도로 공급하고, 낙후된 지역은 민간 참여를 유도해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빗대 보면 정부의 예산 주도로 추진되는 서울 외곽 신도시 개발은 공급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도시 바깥에서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교통·환경 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수요가 많은 도시 내부부터 집중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 가장자리 자치구는 젊은 인구가 몰려 있으면서 주택 가격이 비교적 서울 평균보다 저렴하다. 이런 입지에 고밀도 개발을 통해 기업을 유치한다면 직주근접형 경제지구로 활용 가능하다. 또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교통 체증과 탄소 배출 개선 효과도 있다.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하도록 세금 감면,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과도한 예산 부담을 줄이고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