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03 04:49
[땅집고] 지난 20일 경기 하남시 망월동. 지하철 5호선 미사역 1번 출구를 나오자 사방에 신축 건물 공사 현장이 보였다. 미사역 개통에 맞춰 21일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미사역’ 오피스텔 맞은 편에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 아파트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하며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버스를 갈아탈 필요 없이 5호선으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이 30분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바로 이웃해 있지만 교통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던 하남시에 서울과 이어지는 교통 수단이 속속 확충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 하남선 1단계 구간인 미사역~하남풍산역이 지난 8일 개통해 하남 미사신도시의 숙원 사업이 하나 해결됐다. 전철 개통에 따라 미사역에서 서울 잠실역(30분), 강남역·광화문역(각 50분) 등까지 이동 시간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하남 교산신도시 개발에 맞춰 하남과 송파를 잇는 하남~송파 도시철도가 놓일 예정이고, 하남을 거쳐 남양주(왕숙)까지 잇는 지하철 9호선의 5단계 추가 연장 사업도 추진 중이다. 김포~하남을 잇는 ‘GTX-D노선’ 계획까지 나왔다. 하남시가 ‘준 서울’ 입지로 격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하철 연장에 3기 신도시까지…“1년 새 2억원 올라”
하남시 아파트값은 지난 6월 6·17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한달 사이 2.98% 상승해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교통 호재가 잇따르면서 신설 교통망 인근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미사강변신도시에서는 5호선 개통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전용 84㎡ 기준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2016년 4월 입주한 ‘미사강변푸르지오 1차’ 전용 84㎡는 지난 7월 10억8000만원에 팔렸다. 불과 1년 전 8억2000만원에서 2억원 넘게 상승했다. 2017년 초 입주한 ‘미사강변센트럴자이’ 91㎡의 경우 같은 기간 8억3000만원에서 11억96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올랐다. 망월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과 송파 지역에서 몰려온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며 “미사역이 개통하기 약 1년 전부터 아파트는 매물로 나왔다 하면 거래돼 하루에 2~3건씩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하남풍산역이 개통한 경기 하남시 덕풍동, 신장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 일대는 최근 택지지구로 개발된 미사강변도시 등과 달리 입주 10년이 넘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한적한 곳이다. 2008년 입주한 ‘하남풍산아이파크 5단지’ 등은 1년 전까지 별다른 가격 상승이 없었다. 하지만 5호선 연장 개통이 가시화되면서 지난달 8억8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1년 전과 비교해 2억원이 넘게 상승했다.
■ 지하철 속속 확충…서울 접근성 크게 좋아
하남시는 미사강변신도시(총3만8315가구) 뿐 아니라 감일지구(총 1만3120가구)와 3기 신도시인 교산신도시(총 3만2000가구) 등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규모 주거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개발이 집중되면서 땅값도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동안 하남시 땅값은 1.57%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교통 시설 확충도 계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 강남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철 9호선 연장은 하남시 교통망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최근 9호선 4단계 구간 종점인 고덕강일1지구에서 하남 미사를 거쳐 남양주 왕숙까지 이어지는 5단계 연장 사업을 사실상 확정했다. 현재 4단계 구간은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교산신도시 조성에 따라 하남~송파를 잇는 도시철도 계획도 발표됐다. 그동안 전철 교통이 전혀 없던 감일지구로부터 주 생활권인 송파 지역으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김포~하남을 잇는 ‘GTX-D노선’ 신설을 위해 서울 강동구와 경기 하남시가 ‘강동·하남 GTX-D노선 신설 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 “오를만큼 올랐다”…상승세 잠시 ‘주춤’
최근 하남 집값이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까지 겹쳐 매수세는 뜸한 상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9억원 초과 주택의 LTV(담보대출비율)는 20%로 낮아진다. 망월동의 양성록 월드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달 들어 코로나 재확산 위기감까지 겹쳐서인지 지난달보다 아파트 거래가 많이 줄었다”면서 “8억~9억원대에서 주로 활발하게 거래가 되다가 9억원을 넘어서면서 수요자들도 더 신중해진 눈치”라고 했다.
덕풍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역시 “7·10 대책 발표 이후 매수 전화는 뚝 끊겼다”면서 “오히려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에 따라 현재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직접 거주하고 싶다는 집주인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하남시는 송파구와 인접한 감일지구, 5호선 개통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은 미사강변신도시를 품고 있는 데다 남쪽으로 위례신도시도 가까워 전반적인 동반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또 “교산신도시의 경우 강남 생활권을 이용하는 은퇴자도 선호할만한 지역으로 3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유망 지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윤정 땅집고 기자 choiyj9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