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01 14:35 | 수정 : 2020.09.01 16:13
[땅집고]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폭이 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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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전월 대비 0.68% 올랐다. 2015년 12월(0.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9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상승폭도 올 5월부터 0.06%, 6월 0.24%, 7월 0.45%로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됐지만, 집주인이 4년 앞을 내다보고 미리 보증금을 올리면서 당장 전세금이 급등했다”고 분석한다.
서울에선 청약 대기 수요 등이 몰린 강동구가 0.79%로 가장 많이 올랐다. 송파구는 잠실·신천동 위주로 0.78% 상승했으며, 강남구(0.72%)와 서초구(0.65%)의 경우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이어서 성동구(0.56%), 마포구(0.49%), 노원구(0.42%) 상승률이 높았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금 역시 10.3% 상승해 2015년 4월(1.32%)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4월부터 8월까지 각각 0.23%, 0.28%, 0.69%, 0.82%, 1.03%로 5개월 연속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경기 지역 전세금은 하남시(2.44%), 용인 기흥구(1.86%), 용인 수지구(1.72%) 등의 상승세가 강했다.
인천의 아파트 전세금은 7월 0.25%에서 8월 0.2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지방 아파트 전세금은 울산(1.40%), 대전(1.34%), 부산(0.25%) 등의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아파트와 단독·연립주택을 모두 포함한 전국의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는 8월 기준 0.44%로 2015년 4월(0.59%)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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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경우 0.55%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지난달(1.12%)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절반으로 둔화됐다. 서울 집값 상승률은 노원구(0.67%), 영등포구(0.55%), 성동구(0.53%), 성북구(0.53%), 도봉구(0.51%) 등의 순으로 높았다.
지방에서는 세종시 집값이 무섭게 폭등하며 매매·전세 모두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달 9.20% 올라 올해 34.11% 급등했고, 아파트 전세금은 7.11% 상승해 올해 24.30% 올랐다. 혁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대전(0.94%)과 부산(0.60%), 울산(0.56%), 대구(0.50%) 등의 아파트값은 올랐으나 제주(-0.10%)는 신규 입주 물량 영향 등으로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임차인 입장에서 보증금을 올려주는 것이 월세를 내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임차인의 주거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최윤정 땅집고 기자